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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필수의료 불균형 심화 더 못 미뤄 ‘메스’ [의대 정원 확대]

입력 : 2024-02-06 19:10:00 수정 : 2024-02-06 2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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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의료 개혁 첫발

난도 높은 수술·고된 업무 필수 의료 기피
오픈런·응급실 뺑뺑이… 지역선 구인난

지역·필수의료분야 공백 심화에 ‘결단’
전문가 “지역에 의사 남도록 지원 중요”

정부 “지역 인재 전형 60% 이상 추진
의대 정원 인구변화 따라 주기적 조정”

정부가 6일 19년 만에 3058명으로 고정된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건 의료 취약지와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부족해 발생하는 의료 불균형을 더는 방치할 수 없어서다. 난도 높은 수술과 고된 업무를 도맡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수익성만 좇는 일그러진 의료행위에 대해선 관리를 강화하는 의료개혁과 의사를 늘리는 인력개혁을 병행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이 성과를 거두려면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로 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의사 수는 해외 여러 나라와 비교해 적은 편이다.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12명(한의사·치과의사 제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69명)의 57.4% 수준이다. 의사가 없어 수도권 밖 지방에선 연봉 수억원을 제시해도 구인난에 허덕이는 일이 다반사다.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은 3억6000만원 연봉을 내걸고도 지원자가 없어 5차례 공고하고서야 의사를 구했다.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에서 ‘상경 진료’받는 환자는 2022년 71만명을 넘었다.

 

의사가 매년 배출되더라도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이 아닌 피부과와 안과, 성형외과 등 수익성이 높은 과목에 쏠린 탓에 소아과 ‘오픈런’(이른 아침부터 진료받기 위해 대기하는 현상)은 일상이 됐다. ‘응급실 뺑뺑이’(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현상)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증원의 주 논리는 ‘낙수효과’다. 의사 총량을 늘려 지금 의사가 부족한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인력 수급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고 이를 뒷받침할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도 공개했다. 수가(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의료 서비스 가격) 체계를 손질하고 비필수의료 분야로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일부 의사들의 돈벌이로 남용되는 비급여 진료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핵심이다.

 

의대 증원이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해소하는 데 효과를 내려면 앞서 발표된 의료개혁 방안들이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유인책이 통하지 않으면 비필수의료 분야로의 의사 쏠림 현상만 되레 강화할 수 있어서다.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필수의료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야 늘어난 총량이 적절히 분배될 것”이라며 “정책 디테일이 부족한데 실효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2031년부턴 증원 효과가 나타날 텐데 시장에 맡겨진 의료인력 관리 체계를 정부도 들여다보고 조정해야 한다”며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이고 지역에 의사가 남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의사를 육성하기 위해 늘어난 정원을 지방 의대 중심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6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지역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은 검토하되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증원 폭이 커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교육부에서 2000명 증원은 법에서 규정하는 교원·교사·교지·수익용 기본재산 4대 교육 여건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며 “평가인증제도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평가해 조정할 방침이다. 충분한 의사 수가 확보되면 정원을 다시 줄이는 식이다.

 

6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 정부가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으로 대입 구도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수학·탐구영역 합산 의대 합격 점수가 3.9점(300점 만점)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9500명 수준으로 파악되는 의대 준비생은 1만58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 응시생 중 재수생 등 ‘N수생’ 비중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올해에는 의대 증원 이슈가 더해져 N수생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완화할 것”이라며 “의사 인력에 대한 추가 수요가 해소됨에 따라 타 분야와 비교해 균형 잡힌 기대소득이 전망되고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한 기자, 세종=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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