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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챈스일병 귀환과 남겨진 이들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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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3 23:08:38 수정 : 2024-02-14 08: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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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전과 국민 목숨 지키려
군인·경찰·소방관 등 희생에도
순직 인정받기 어려운 게 현실
적절한 지원·추모 잊지 말아야

동료를 떠나보낸 소방관의 눈물에는 울림이 있었다. 찰나의 순간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엿보았다. 그들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지난 3일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열린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고(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서다. 5일자 주요 일간지가 일제히 영결식 사진을 게재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쯤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염과 사투를 벌이다 갑자기 번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우리는 또 이렇게 젊고 젊은 두 명의 청년 소방관을 떠나보냈다.

2009년 개봉한 미국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Taking Chance)을 떠올렸다. 마이클 스트로블 해병 중령이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챈스 팰프스 일병의 운구를 가족이 살고 있는 와이오밍주로 호송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트로블 중령은 호송 임무 중 겪은 감동을 ‘한 해병의 집을 향한 여정’이라는 수필로 남겼으며 후에 이 글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는 그 여정에서 만난 많은 시민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챈스 일병에게 보내는 애정과 존경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우승 외교안보부장

영결식 소방관의 사진과 챈스를 떠나보내는 영화의 장면이 교차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매년 군에서는 100명 가까운 군인이 사망하고, 또 더 많은 이가 부상을 당하고 다치지만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보훈부가 순직 군경(국가유공자)으로 지정하는 수는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등을 모두 포함해도 1년에 3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특히 순직의 경우 인정 절차와 과정이 까다롭고, 군과 보훈부가 각각 심사를 하다 보니 한쪽에서 인정을 받아도 다른 쪽에서 거부당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북한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육군은 하 중사 전역 당시 ‘전상’ 판정했다. 그러나 당시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유공자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공상’ 판정을 내렸다. 논란이 일자 다시 ‘전상’으로 판정을 변경했다.

천안함 폭침 생존자인 신은총 예비역 하사도 처음에는 상이등급을 6급 2항으로 받았다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4급으로 상향 결정됐다. 등급 상향으로 매달 63만여원의 보훈급여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널리 알려진 사건에서조차 적절한 판정과 지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가 모르는 현실은 더욱 가혹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도 부족하다. 순직 소방공무원은 매년 꾸준히 나온다. 2023년 소방청 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823명이던 공상자가 2022년 1080명으로 껑충 뛰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관 10명 중 4명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 등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화마 속에서 동료나 시민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탓에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가 소방관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강원 태백 지역 강풍 피해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허승민 소방위의 아내 박현숙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작년 9월 소방청에서 시어머니를 제주도로 여행을 보내드렸다. 태백소방서에서 태백에서 김포공항까지 모시고 가서 너무 감동했다”고 말했다. 또 ‘아빠의 나라에서 키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아빠 없이도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제복 입은 영웅’을 예우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해 우리 목숨과 안전을 지켜 주고 있어서다. 영화 속 챈스 일병의 시신이 든 관이 공항 비행기에 실릴 때 이를 지켜보던 한 어린 운전기사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그 가족은 알까요”라며 스트로블 중령에게 독백처럼 물었다. 이들을 국가가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남겨진 이들의 의무다.


이우승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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