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흑서' 공동 저자 권경애 변호사, 학폭 항소심 3회 불출석…피해자 측 패소

학교폭력 사건 항소심 불출석으로 유족을 패소케 한 권경애 변호사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작성 주소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고(故) 박모양의 어머니 이기철씨에게 힘을 주는 이들이 대신 작성한 탄원서는 ‘2023년 재판 노쇼 사건의 권경애 변호사에게 법원이 엄중한 심판을 내려 이런 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SNS에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탄원서 서명 동참’ 호소글을 올린 이씨는 작성 주소를 댓글로 첨부했다.
‘이기철님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지난 12일자로 작성한 탄원서는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 질서 유지와 법률 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변호사의 사명을 명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대리인인 변호사가 학교 폭력 피해자의 유족을 대리해 소송을 맡았으나 항소심 3회 연속 불출석해 해당 소송을 항소 취하 간주 패소로 만든 ‘노쇼 사건’이 발생했다”며 “변호사로서 직무를 유기하고 성실 의무를 저버려 피해자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솜방망이 징계’로 그쳤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권경애 노쇼 사건은 온 국민이 경악하고 법조인들의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린 막중한 사건”이라며 “국민들은 이 재판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정의롭고 엄중한 판결로 변호사 집단이 경각심을 갖고, 맡은 직무에 신의성실을 다해 이 땅의 법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엄중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지난해 6월 권 변호사에게 내린 정직 1년 처분이 같은 해 8월 확정됐다. 학폭에 시달린 끝에 2015년 극단 선택으로 숨진 박양의 어머니를 대신해 이듬해 가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권 변호사가 항소심에 세 차례나 불출석하면서 2022년 11월 1심 일부 승소에서 패소 판결로 바뀌었다.
2019년의 이른바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이기도 한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뒤늦게 알리면서, 유족 측이 상고도 하지 못한 채 판결이 확정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권 변호사는 이 기간 자신의 SNS에 정치 관련 글을 꾸준히 올렸었다.
변호사법상 징계 종류는 영구 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 5가지다. 변협은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해 정직 1년을 징계했다. 권 변호사는 변협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건강 문제로 소송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권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과 같은 법인 소속 변호사 2명을 상대로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폐문부재와 이사불명 등 사유로 소장이 권 변호사에게 세 차례 송달되지 못했다가 두 달 후에야 전달돼 재판은 시작됐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 심리로 열린 권 변호사 등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 후 기자들과 만나 “권 변호사가 작년 4월 이후 연락이 오질 않는다”며 “권 변호사가 잘못을 인정하지도, 정중하게 사과하지도 않아 분통이 터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작년 4월 권 변호사에 대한 기사들이 나온 후 그가 ‘건강을 추스르고 나서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연락해오질 않는다”고도 했다. 기자들이 많아서 오기 힘들다는 게 권 변호사 측 입장으로 전해졌다.
권 변호사가 잘못을 시인한 것은 맞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자신이 재판에 불출석한 사실에 대한 얘기일 뿐, 7년간 학교폭력 소송에 참여하며 증인을 제때 신청하지 않는 등 재판을 망가뜨린 일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양측 합의가 안 돼 법원이 직권으로 내린 강제조정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에는 “권 변호사는 이 사건이 빨리 끝나 잊히길 바라지만, 나로선 그럴 방법을 주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씨 측 추가 자료를 제출받기로 한 재판부는 오는 3월12일에 두 번째 변론을 열기로 했다.
권 변호사는 이 재판부에 낸 서면에서 ‘세상이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잊지 못하도록 어떤 사고와 실수가 일어났고, 그래서 자신이 재판에 안 가게 된 것 같다’는 황당한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서는 권 변호사의 변호사 자격을 ‘영구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궤변으로 보이는 권 변호사 입장에 탄원서는 “인간적인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할 수 없는 궤변으로 의뢰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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