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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과 ‘코리아 모델’ [편집인의 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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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5 10:57:00 수정 : 2024-02-25 10: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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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2년이 됐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러시아 군 진지를 향해 대공포를 발사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튜브, 소셜미디어 같은 신기술 덕분에 우리는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 누군가의 비명, 아이들의 울음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온라인 영상들이 사람들을 너무 빨리 둔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쟁의 한 복판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번 힘들고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지만 영상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오늘처럼 비쳐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꼭 2년이 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 어디에선가 누군가의 자식, 연인, 아버지,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실패한 이후 러시아는 약 20%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상태다. “승리의 빛이 보인다”고 외쳤던 전쟁 1년과 달리 전쟁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커지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2년 기획물 ‘사라져가는 희망’‘남북외교 대결장’ ‘현대전 상식 뒤엎은 전장’(2월19·20·21일, 이지안·정지혜·박수찬·서필웅·구현모 기자)은 달라진 전황과 전투 양상, 남·북·러 외교전 의미를 담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집중됐던 물적·외교적 지원과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사회에서 주로 거론됐던 휴전론에 우크라이나인 여론도 달라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전쟁을 계속 해야한다는 응답률은 1년전에 비해 10% 안팎 떨어지고 종전 협상을 벌여야한다는 응답률은 다소 높아졌다. 현지에서는 1·2차 세계대전, 6·25 전쟁과 유사한 재래식 포격전과 드론으로 적 참호를 공격하는 현대전이 뒤섞여 진행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전략 요충지였던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군에 빼앗긴 것은 병력, 포탄 등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7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전장에서의 무기 부족 상황을 언급하며 더 많은 서방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전 모델’ 거론되는 이유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외교가에서는 ‘코리아 모델’을 검토해야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휴전 상태이긴 하지만 일상적 평화가 보장된 정전 협상으로 이번 전쟁을 종료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전쟁’(The Korean War)을 쓴 카터 멀케이시언 미 해군대학원 국방분석학과 교수는 지난해 7·8월호 포린 어페어스에 이런 주장을 담았다. 그는 “70년 전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의) 교착 상태와 풀기 어려운 정치적 차이를 가진 우크라이나는 일단 폭력을 멈추고 정치적 사안을 나중으로 미루는 휴전이 필요하다”고 썼다. 역사학자 스티븐 코트킨은 “한국전쟁 휴전은 한국이 미국의 안전보장 속에 번영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비슷한 형태의 휴전으로 우크라이나 또는 우크라이나의 80%만이라도 번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을 껴안아 주는 시민. 연합뉴스

앞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 모델’(Korean scenario)을 공식 거론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모델이 거론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전쟁이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처럼 한국도 미국과 유엔 등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치렀으며 어느 일방의 승리 없이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인적, 물적 피해가 커졌다. 무엇보다 정전 상태에서 ‘한국의 번영’을 주목한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안보 시스템을 지원한다면 우크라이나도 정전 상태에서 정치,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지않겠느냐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포탄이 오가는 재래전 속에서도 드론의 활약이 크다. 한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폴란드제 드론을 날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는 싸우고, 견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치인은 물론 오피니언 그룹에서는 ‘한국 모델’에 부정적이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뼘의 땅도 러시아에 내놓지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17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도 휴전론에 대해 “독재자는 휴가를 가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전쟁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어떠한 정치 협상도 가능하지않다는 것이다. 존 페퍼 미국외교정책포커스 소장도 한 언론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가 2024년에 러시아와 휴전한다면 2094년까지 이어지지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의 70년 정전 역사와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전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994년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던 러시아가 2022년 전쟁을 도발한 걸 감안하면 이런 우려도 무리가 아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는 우크라이나전이 한반도 상황과 무관치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러시아를 방문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보스토니치 우주기지 참관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의 한 분석가도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다르다. 우리는 한국처럼 같은 민족끼리 내전을 벌인 게 아니라 러시아 침략을 받은 것”이라면서 ‘한국 모델’을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사는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올레나 스티아즈키나도 최근 전쟁 2년을 맞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우리 우크라이나인은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제목의 글에서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전쟁 2년을 얘기하지만 틀린 얘기”라면서 “전쟁은 2년이 아니라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하고 돈바스를 침략한 (2014년)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사였지만 지금은 군인인 친구의 말을 전했다. 탄약이 떨어지고 휴전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그의 답은 “우리는 맞서고, 싸우고, 견딜 것이다”였다. 

 

우크라이나에서 휴전, 종전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러시아와 계속 싸워야한다는 여론이 60∼70%에 달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포탄과 탄약이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다. “돈바스 광야의 해바라기가 된다는 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죽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유명 시인 세르히 자단의 시 일부분이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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