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어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에서 보고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기술 136개를 선정해 2년마다 주요 5개국(한국, 미국, EU, 일본, 중국)을 대상으로 그 수준과 격차를 점검한다. 세계 최고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기술 수준은 EU(94.7%), 일본(86.4%), 중국(82.6%), 한국(81.5%) 순이었다. 2년 전 평가에서 한국이 80.1%, 중국은 80%로 간신히 우위를 점했는데 이번에 역전된 것이다.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중국은 평가 대상 11대 분야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기술 수준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우주·항공·해양 분야는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우리 기술 수준은 2년 전과 비교해 9개 분야에서는 다소 수준이 향상됐지만 우주·항공·해양 분야와 ICT·SW는 하락했다. 미래 성장분야 기술 개발에 안이하게 대응한 결과여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50개 국가전략기술만 놓고 봤을 때 중국은 5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기술 수준이 그동안 동아시아 3개국 가운데 부동의 1위였던 일본까지 넘어섰다는 의미다. 과학계는 이 같은 중국의 약진을 인력 및 예산의 집중 투자와 ICT 분야에서 개인정보 활용 등과 관련한 규제를 한국과 일본처럼 따로 두지 않은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이 최고 기술을 보유한 건 이차전지가 유일했다. 기술 경쟁력을 잃은 우리 기업들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낮은 쉬운 연구 과제에 과학계 역량 투입이 편중되는 것이 중국에 뒤처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 관행도 문제다. 우주항공청 설립 과정에서 보듯 기득권 카르텔의 저항과 이에 영합한 정치권의 무책임도 혁신기술 개발의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기술력의 재역전을 위해서는 민·관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효율적인 R&D(연구개발) 투자와 인재 양성, 규제 완화가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핵심기술별 강점과 약점, 분야별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맞춤형 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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