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대중 혐오, 법치(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등 지음, 정기헌 옮김, 원더박스, 2만3000원)=철학자, 사회학자인 저자들은 신자유주의가 애초부터 내전이라는 근본적인 선택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가 촉발한 내전 양상은 그간 칠레, 미국 등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저자들은 내전을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라고 정의한다. 시장 질서와 경쟁에 반대하는 모든 ‘적’을 분쇄하기 위해 법치를 내세우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대중 혐오, 즉 반민주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억만장자가 사는 법(척 콜린스 지음, 김병순 옮김, 한국NVC출판사, 2만3000원)=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불평등 전문가인 저자는 부유함이 재능과 가치,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단언한다. 독점적 지배와 정부 보조금,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리한 조건, 행운 따위의 다양한 외부 도움이 어우러지면서 막대한 부가 형성된다는 것. 그런 만큼 억만장자들은 사회에 재산 일부를 환원할 필요가 있다.
과학의 눈(잭 챌로너 지음, 변정현 옮김, 초사흘달, 3만5000원)=영국 과학자가 쓴 이 책은 그래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이미지, 확대 사진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과학 현상을 설명한다. 150장 이상의 이미지가 실렸다. 0.005㎜에 불과한 우주먼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촬영한 사진, 미라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등 눈길 가는 이미지가 여럿.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박영욱 지음, 교보문고, 1만6800원)=군사학자인 저자는 미국 독립전쟁부터 걸프전까지 24가지 결정적 장면을 통해 과학이 바꾼 전쟁의 양상을 조명한다. 화약 개량을 위해 화약국장으로 임명된 화학자 라부아지에를 시작으로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한 비료 원료를 개발해 놓고 독가스에 이를 활용한 화학자 하버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나무: 삶과 죽음의 이야기(데이비드 스즈키·웨인 그레이디 지음, 이한중 옮김, 더와이즈, 1만7500원)=이 나무는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생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작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을 즈음엔 싹을 틔웠을 것이다. 이 나무는 550년을 살며 늙어 갔고, 고사목이 되어 쓰러진 뒤에도 이끼류와 곤충에게 자신을 내줬다. 그러고는 묘목에서 돋아난 지 700년 만에 흙더미로 돌아갔다. 세계적인 유전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더글러스퍼 나무 한 그루를 주인공 삼아 역사와 자연사, 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순환하는 생태계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김달진, 한국 미술 아키비스트(김재희 지음, 벗나래, 1만7000원)=미술 자료 수집에 열정을 쏟아 온 김달진 관장의 삶을 조명했다. 어릴 때부터 수집에 관심이 많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연구소를 열고 월간지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했다. 또 수집에 그치지 않고 미술자료박물관을 열어 자신의 자료를 사회와 공유했다.
뭐 했니? 멕시코 5년(이종률·옥정아 지음, 시간의물레, 2만5000원)=주멕시코 한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과 참사관으로 5년간 근무한 전직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정책관이 문화 외교 현장에서 지켜본 멕시코의 한류 열풍과 멕시코 사회의 이모저모를 부인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애프터 워크(헬렌 헤스터·닉 스르니첵 지음, 박다솜 옮김, 소소의책, 2만2000원)=요리, 청소, 육아, 돌봄 등 무보수 가사 노동이 어떻게 전통 사회보다 현대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는지 역사적으로 돌아보고, 관련된 장벽, 난관, 불평등 문제를 논한다. 재생산 노동 담론에서 필요한 네 가지 요소, 즉 기술 발전, 사회 기준 강화, 가족 형태 변화, 주거 공간의 실험에서 제기된 다양한 주장과 시도를 사례로 들면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한다.
작은 고양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나탈리야 샬로시빌리 지음, 김선영 옮김, 보림, 1만5000원)=작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필요하고, 비가 오면 몸을 숨길 수 있는 벽과 지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양이에게는 따뜻한 손길과 다정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필요하다. 우리 삶에서 물질적 풍요 외에도 생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타인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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