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3주째 맞아 의료 한계
“현장 떠난 의사, 설 땅 없을 것”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어제 서울 여의도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1만여명(주최측 추산 4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총궐기 대회를 가졌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과대학생들까지도 참여했다고 하니 의료계가 총집결한 셈이다. 경찰은 그제 의협 간부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보건복지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 전국수련병원 전공의 대표급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공고했다.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공의 대표들에 대한 행정처분(면허정지)과 형사처벌(고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의협과 정부 간 대결이 ‘강대강’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의사들이 환자 곁이 아닌 길거리로 나선 상황은 누가 뭐래도 정상이 아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3주째를 앞두고 의료현장은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환자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의 경우 수술·처치·입원·검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지 이미 수일이 지났다. “환자를 살려 달라”는 중환자 가족의 호소는 눈물겹다. 상급병원이 이 정도니 다른 병원은 오죽하겠는가. 단국대병원, 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에선 입원 환자와 수술 건수가 기본 대비 30∼50% 줄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 이런데도 지금까지 전공의 9000명가량이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고, 복귀한 전공의는 600명 안쪽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의사들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반대는 이미 명분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 1차 수요조사에서 2025학년도 신입생 증원 규모가 2152∼2847명으로 나타난 데 이어 오늘까지 2차로 진행하는 조사에서 이미 2000명을 넘었다. 의사들이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이어가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정부가 전공의 미복귀자에 대해 오늘부터 사법절차에 나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미복귀자는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조치를 받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도 ”국민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사들이 있을 곳은 길거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본연의 의료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처하되 끝까지 환자 곁을 떠난 의사에게는 설 땅이 없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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