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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되면 서울로’… 지역의대 졸업하면 10명 중 3명만 남아 [심층기획-지역인재전형 10년,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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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2 06:00:00 수정 : 2024-03-13 15: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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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 유출 어느정도길래…
2017∼2021년 지역의학계열 졸업자
10명 중 4.3명 수도권 병원으로 취업
소아과 등 필수과 1년차 전공의 비율
수도권·비수도권 7:3… 현격한 격차

지역의료붕괴 해법은
거점 국립대 중심 의대 정원 늘려서
고사위기 비인기 필수과 심폐소생을
의대 졸업생 지역 정주여건 조성 등
정부 체계적·장기적 대책 마련 시급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전년(3058명)보다 2000명 더 많은 5058명으로 확대하고 비수도권 의대의 경우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인 가운데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 의대생들이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의료 살리기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소재지에 거주하는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3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2015년부터 시행됐다.

 

지난 2월 20일 열린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참석해 졸업장을 받고 있다. 계명대 제공

올해로 시행 10년째인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의대 소재지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는 현 의대 입학 구조에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시각이 많다. 지역인재전형으로 입학한 의대생의 경우 지역 내 수련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과정을 거쳐 권역 내 거점병원 교수나 개원의로 활동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학비 등을 지원한 뒤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설립이 무산된 이후 정부는 계속해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40% 이상으로 의무화했는데,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의 한 전제조건으로 지역인재전형의 60% 이상 상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인재전형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사실상 특혜를 받고 입학한 의대생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정착하기보다 서울 등 대도시에 정착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단순히 의대 증원에만 나설 게 아니라 의사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인재전형 비율 60% 넘는 의대는 7곳

1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비수도권 27개 의대 가운데 지역인재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비율이 60%를 넘는 대학은 △동아대(89.9%) △부산대(80.0%) △전남대(80.0%) △경상국립대(75.0%) △전북대(62.7%) △조선대(60.0%) △대구가톨릭대(60.0%) 7곳이다.

지역인재전형이 처음 시행될 당시 부산대와 동아대는 각각 정원 125명과 49명 중 40명과 10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했다. 지역 인재를 의대생으로 선발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의료 인력의 수도권 유출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비수도권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역출신 선발 비율을 40%로 의무화했다.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선발된 의대생의 어느 정도가 지역에 정착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각 의대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만 공개할 뿐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이들 의대생의 졸업률 및 지역 정착률, 취업지 등은 파악하고 있지 않아서다. 비수도권 의대 관계자 대부분은 지역인재전형 입학자에 대한 졸업률, 수련병원, 취업지 등에 관한 통계자료를 갖고 있지 않거나 공개를 거부했다. 관련 자료를 모으거나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나 공정 시비 등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의대생들이 입학 이후 6년 과정으로 연속 수업을 이수한다는 가정하에 졸업연도를 정하고, 최근 3년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높은 4개 의대를 대상으로 졸업생 비율을 따져봤다. 일부 비수도권 의대생의 경우 반수, N수 등을 해서 수도권 의대에 진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졸업률이 평균보다 하회할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먼저 부산대 졸업률은 △2022년 95%(40명 입학, 38명 졸업) △2023년 96.5%(29명 입학, 28명 졸업) △2024년 100%(12명 입학, 12명 졸업)였다. 동아대는 △2022년 90%(10명 입학, 9명 졸업) △2023년 93.1%(29명 입학, 27명 졸업) △2024년 82.8%(35명 입학, 29명 졸업)였고, 경상국립대는 △2022년 87.5%(16명 입학, 14명 졸업) △2023년 73.3%(19명 입학, 14명 졸업) △2024년 79.2%(24명 입학, 19명 졸업)로 나타났다. 전북대의 경우 △2022년 100%(30명 입학, 30명 졸업) △2023년 97.4%(39명 입학, 38명 졸업) △2024년 69.2%(39명 입학, 27명 졸업)의 졸업률을 보였다. 이들 대학 지역인재전형 입학자의 졸업률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강동묵 부산대 의무부총장은 “의료인력 부족문제는 결국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로 귀결되기 때문에 지역거점 국립대학을 강화해야 한다”며 “의료인력 증원을 위해서는 지역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동시에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수도권 의대 졸업자 43% 수도권 병원에 취업

지역인재전형 입학 의대생의 졸업률을 공개한 의대들도 이들이 지역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로 지역에 정착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 이들의 진로와 지역 정착 여부를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비수도권 의학계열(치의대·한의대 포함) 졸업자 중 근무지가 파악된 1만3743명 중 43.1%는 수도권 병원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의대를 졸업한 뒤 지역에 취업한 의사는 30.3%에 그쳤다. 지역인재전형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비수도권 의료인력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의 필수의료 공백 사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최근 10년간 지역·전공과목별 전공의 1년차 확보 현황’에 따르면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비인기 필수과목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은 7대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영상의학과 등 인기과목은 6대4로 비교적 격차가 적었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역별 전공의 모집정원도 비슷한 편이다. 지난 10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전공의 모집정원 비율은 6대4였는데 실제 충원율은 6.5(수도권)대 3.5(비수도권)로 다소 벌어졌다. 비수도권 수련병원의 전공의 확보율이 수도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이는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대학병원들이 확보된 전공의 부족 등으로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과목별로 살펴봐도 지역별 필수의료 서비스 격차는 크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확보된 수도권 전공의 비율은 70%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공의 수는 2014년 488명에서 지난해 400명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수도권 전공의 수 감소폭은 2014년 69.1%에서 2023년 73.1%로 더욱 커졌다. 특히 산부인과와 외과, 흉부외과의 수도권 전공의 비율은 74.7%와 73.3%, 71.2%로 70%대를 훌쩍 넘었고,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도 각각 67.3%와 65.4%로 필수과목의 전공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신 의원은 “인기과목은 전공의 모집정원을 대체로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전공의 모집정원과 충원된 인원 간 괴리가 적은 반면, 비인기 필수과목은 정원미달이 많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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