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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이번 공천은 청년·여성·다양성 지표 최악”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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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7 19:37:44 수정 : 2024-03-17 19: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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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치인’ 양성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정치인들 좋은 정치 하려는 마음 없는 것”

이번 4·10 총선에서도 ‘청년’은 결국 생색내기용에 그쳤다. 17일 거대 양당의 공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날까지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확정받은 30대 청년 공천자는 9명뿐, 20대는 전무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0대 공천자는 1명뿐, 20·30대 공천자는 7명에 그쳤다.

 

만 39세 이하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양성하는 초당적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의 박혜민(31) 대표는 이러한 청년 실종 정치를 두고 “현 정치권은 어려운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청년층을 잘 모르겠으니 표심 확장보다는 확실한 표만 가져오려 한다. 또는 정치인들이 좋은 정치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만 39세 이하 ‘젊치인’(젊은 정치인)을 양성하는 초당적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의 박혜민(31) 대표. 최상수 기자

박 대표는 2021년 2월 ‘젊치인’과 동네 유권자를 연결하는 에이전시를 꿈꾸며 뉴웨이즈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 3년간 정치를 더 다양하게 만들 ‘젊치인’ 인재 풀을 넓혀 왔다. 쉽고 재밌게 정치 현안을 풀어내는 까닭에 20·30세대 반응이 뜨겁다. 기후위기 문제를 ‘2030년 한국에서는 사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전하는 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시청각을 사로잡는 콘텐츠는 덤. 뉴웨이즈 활동에 동참하는 능동적 유권자(퓨처보터) 규모는 어느새 3만여명에 달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20·30 청년들이 가장 주목하는 8가지 의제를 후보자들에게 역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모아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역공약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다음은 지난 15일 진행한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 여야 공천 결과를 평가한다면.

 

“청년·여성·다양성 지표가 다 최악이에요. 20·30세대가 겪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부터 저출생·연금·기후 문제까지 예정된 최악의 시나리오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요.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시스템의 룰은 우선순위와 목적에 따라 만들어지잖아요. 그런데 이번 총선은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모습밖에 안 보여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지난 14일 비영리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가 주관한 ‘역공약 캠페인’에 참여한 20·30 세대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직접 묻고 싶은 공약을 고르고 있다. 최상수 기자

―청년이 정치에 관심 없다는 분석이 있다.

 

“청년층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의 언어와 시민의 일상 언어 사이에 격차가 너무 커요. 지난달에 서울 마포·서대문에서 ‘퓨처보터가 간다’라는 간담회를 해봤어요. 20·30 무당층을 모으고 ‘정치인한테 지역에 아무리 돌아다니셔도 못 만날 유권자를 만나게 해주겠다. 나와서 질문에 답해보겠냐’라고 했더니 후보자들이 나온 거죠.

 

아기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아빠 한 명이 기억에 남아요. 연희동이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아이를 낳아 보니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더라,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도 없고 유아차가 들어갈 가게도 적다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물으셨어요. 다른 30대 유권자는 이직이 잦은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산할 수 없을지 묻기도 했죠.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끝나고 유권자분들 후기가 ‘정치가 생각보다 재밌고 신기하네’, ‘정치인에게 물어보면 답을 해 주는구나’, ‘정치인도 나처럼 일하는 사람이구나’ 였어요. 정치권이 20·30세대가 효능감을 발휘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정치가 그것을 전혀 고민하지 않으면서 청년 탓을 하는 건, 엄청 구린 물건을 가지고 왜 사지 않느냐고 소비자 탓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지난 14일 비영리 정치스타트업 ‘뉴웨이즈’가 주관한 ‘역공약 캠페인’에 참여한 20·30 세대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직접 묻고 싶은 공약을 고르고 있다. 최상수 기자

―청년 정치인이 유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저도 ‘청년 정치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젊치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청년 정치인은 소수다 보니깐 평가가 되게 엄격해요. 청년 정치인에겐 좋은 정치인으로서의 많은 기준이나 소신을 더 많이 요구하죠. 정치권이 젊은 정치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나 인재풀 관리는 하지 않으면서, 청년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평가에 몰두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연령·성별 등 다양성이 있는 국회가 필요한데, 정당들은 개인 역량만 탓하면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척하는 거죠.”

 

―뉴웨이즈를 시작한 이유를 돌아본다면.

 

“한창 N번방이나 권력형 성범죄 등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던 시기에 20대 청년 여성으로서 세상한테 왕따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 보니, 의사결정권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는지 관심을 갖게 됐고, 청년 후보자 비율이 왜 이렇게 낮을까, 어떤 이유일까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저는 가장 힘센 사람이 돼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세상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을 연결하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권력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면, 의사결정권자도 다양해지고 그 결정권자의 결정 내용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퓨처보터 10만명 모집. 이를 위해 정치의 맥락과 정보를 충분히 전하려 해요. ‘여당, 야당, 원내대표’ 이렇게 전달하면 귀에서 다 튕겨 나가요. 하지만 쉽게 풀어 잘 전달하면, 그다음부터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선택을 요구하면서도 정보와 맥락은 생략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뉴웨이즈는 그런 부분을 친절하고 재밌게, 하지만 아이처럼 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를 함께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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