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 논란이 불거진 이후 엿새 만이다. 황 수석 사퇴는 만시지탄이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악화일로인 민심을 고려하면 더 서둘러 용단을 내렸어야 했다. 지난 18일 왜 대통령실이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황 수석 사퇴를 놓고 여당 내에서도 ‘만시지탄’(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그나마 다행’(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더 치명적 악재인 이종섭 주호주 대사 논란도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 대사가 25일 열리는 주요 방산협력 6개국 공관장 회의를 계기로 이르면 21일 귀국하기로 하면서 여권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다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 귀국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시간을 끌지 말고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사가 귀국해 공수처 조사를 받는다고 해도 이번 논란이 잠잠해질 리가 없다. 대통령실이 애초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피의자인 이 대사를 임명한 것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이 자진 사퇴 요구를 쏟아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통령실은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당의 목소리가 곧 민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내홍도 속히 진화해야 한다. 부실 검증, 호남 홀대 등 잡음이 무성하다. 생소한 공무원 두 명이 공천을 받아 논란이 됐다. 한 명은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하루 만에 공천이 취소돼 ‘호떡 공천’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어제는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 공천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부랴부랴 명단 재조정 작업에 나서는 모양인데,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얼마나 주워 담을지 모르겠다.
한 위원장은 그제 “이번 총선에서 지면 윤 정부는 뜻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윤 정부는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공연히 ‘탄핵’까지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할 태세다. 여권이 민심을 뒤흔들어 대반전을 끌어내려면 사즉생의 각오가 필요하다. 투표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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