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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계, ‘증원 철회’ 고집 말고 “국민 귀 닫을 것” 경고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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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5 23:22:31 수정 : 2024-03-25 23: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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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증원을 놓고 강대강 대결 양상을 보인 의료계와 정부 간에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하루 만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어제 일정대로 자발적 사직과 주52 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선대와 전남대, 고려대 의대 교수들을 시작으로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사직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표로 6주째 이어진 의료공백 사태의 해결을 간절히 바랐던 환자와 국민 모두를 허탈하게 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제자들을 설득해 복귀시켜야 할 교수들마저 집단 행동에 나선다면 환자는 도대체 누구한테 건강과 생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인가.

정부는 그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요청을 받아들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유연한 대응’으로 전환했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만여명에 대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려던 면허정지 통보를 28일로 유예했다. 정부는 대표성이나 자격을 따지지 않고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의교협이 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대학별 배정까지 마친 의대생 2000명 증원을 포기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고집하는 건 억지다. 전의교협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가능성을 언급한 복지부 조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의 책임론까지 거론하는데, 정부 보고 백기투항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이 아니고서는 내세울 수 없는 조건들이다. 정부가 유연한 대응을 밝힌 만큼 유연한 협상도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의료계가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충남 천안의 단국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장으로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이미정 교수가 의료전문매체에 낸 ‘사직서에 반대한다’는 기고문이 큰 울림을 준다. 이 교수는 글에서 “우리(교수)마저 사직을 하면 필수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정말로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고 변명의 여지 없이 ‘의사’가 정말 ‘의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의대 교수들에게는 “사직서를 내면 그나마 의사들에게 눈과 귀를 열었던 국민도 다시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는 이 교수의 경고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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