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집단사직도 대응 자제
“행정처분 보류일 뿐 취소 아냐”
정부 “3월까지 돌아오라” 회유
5월 근무단축·수련 개선 당근책
與, 尹 거부했던 간호법 보완 발의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적으로 미루기로 했다. 전공의 20여명에 대한 첫 면허정지 처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유연한 처분’에 대한 당정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5월부터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정책·심의 과정에서 전공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며 “3월 안에 돌아오라”고 회유했다.
◆“당정 협의 때까진 처분 없지만…”
정부는 2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주문한 ‘유연한 처분’과 관련해 “당정 협의 중에 보건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바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행정처분 대상은 더 많이 늘어난다”며 “초기에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내서 실제로 수령한 그 숫자가 매일매일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처분을 미루되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복지부는 당초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6000여명에게 3개월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순차적으로 보냈고, 25일 의견제출 기한이 도래한 35명 중 요건을 갖춘 20여명에게 이날쯤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었다. 그러다 정부의 ‘유연한 처분’ 방침이 나오면서 구체적 내용이 정해질 때까지는 처분을 미루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장 처분이 나가진 않지만 의견제출 기한이 추가로 도래하는 전공의들이 쌓이면서 다음주엔 수천명이 처분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집단사직에 나선 의대 교수들에 대한 대응도 자제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전공의와 조금 다르다. 교수 단체가 집단사직을 예고할 때만 해도 진료 유지 및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검토했지만 현재로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주52시간 근무와 외래진료를 축소할 뿐 당장 병원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직서 제출은 절차상 신분상 변동 등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고 주로 대학병원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취합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다만 병원 겸직교수인 경우 겸직 해제 조치가 이뤄지면 바로 의료 공백이 빚어져 병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비대위에 모아 놓고 있을 뿐 학교나 병원에 제출하기 전이라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대상이 아니고, 병원을 떠난 게 아니라서 진료 유지 명령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5월부턴 과중한 근무 단축”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3월 안에 돌아오라면서 여러 당근책을 제시했다.
우선 전공의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을 개정해 총 수련시간은 주 80시간, 연속 근무시간은 36시간 범위 내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2026년 법 시행이지만 “5월부터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참여 병원에는 2025년 전공의 정원 배정 등에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1년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해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을 조속히 제도화하고 전체 수련병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 내실화를 위해 관련 정책·제도를 심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위원 참여도 확대한다. 13명의 평가위원 중 2명인 전공의 위원을 1∼2명 더 늘리겠다는 것으로, 평가위 산하 정책·교육·기관 3개 분과 평가위에도 전공의 위원을 각각 1명씩 확대해 전공의의 현장 경험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6월부터는 전공의의 종합적 수련환경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 관계자는 “외과·흉부외과 전공의에 이어 전날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도 매월 100만원씩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분만, 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00명 조절 시 정책 후퇴할 수도’
정부는 전공의 행정처분을 미루고 여러 당근책을 제시하면서도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완강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를 바꿀 수 없는 건 국가의 미래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으로, 이번 건은 다른 이슈 때와 사안이 다르다. 불통적 모습이 아니라 책임을 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개혁 의미가 사라질 정도로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보고 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기류도 바뀌고 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간호법의 일부 쟁점 사항을 보완한 ‘여권발 간호법’을 이날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정부·여당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상황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이들의 실제 업무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며 “간호사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에는 ‘간호사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재택간호만을 제공하는 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의사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간호사에게 요양시설 설립 권한을 부여할 근거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도 지난해와 달리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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