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 경계령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를 개 같이' 욕설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말실수가 나오며 야당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자 언행 경계령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말실수 후폭풍으로 선거를 그르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뉴시스에 따르면 한 위원장이 전날 서울 유세 도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발언한 것은 실수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본인이 설화를 경계하고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왔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당 지도부에서는 꾸준히 지역구 후보들에게 언행을 조심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왔다.
한 위원장은 얼마 전 선대위 회의에서 "우리가 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면 말실수하기 쉽다"며 "우리가 더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급하니까 그러지 않았겠나"라며 "이재명 대표는 흔하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한 위원장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잘했다고는 못하지 않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현재 판세가 불리한 상황인데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막말 논란으로 민심을 더 잃을 수 있다는 거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21대 총선 때는 차명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세월호 유족들이 텐트 안에서 문란한 행위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
수도권 후보로 나선 한 의원은 "실수였겠지만 꼬리가 잡힐 것"이라며 "여태껏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고, 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해버렸으니 논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의 한 후보는 "마이크를 잡은 첫날부터 말실수가 나오니 당황스럽다"며 "조급하겠으나 언행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야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욕설' 논란을 고리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전날 대전 유세에서 "불경에 그런 말이 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한 "개를 사랑하는데 좋은 말이죠. 그거 칭찬이죠"라며 "상세한 반박을 하기 싫다"고 쏘아붙였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품위마저 내버리기로 했나"라며 "야당을 비난하고 싶으면 하라. 하지만 합리적인 논거와 품격 있는 언어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발대식에서 "처음 유세하느라고 조금 흥분한 것 같은데 막말을 한다고 해서 본인들이 정치를 거지같이 하는 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이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정부 지원론'보다 18%p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3.1%p) 결과 정부 견제론이 56%, 정부 지원론이 38%로 조사됐다.
같은 기관 2주 전 조사보다 정부 견제론 응답은 늘고 정부 지원론 응답은 줄면서 격차가 18%p까지 벌어졌다.
지역구에서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하겠냐는 질문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겠단 응답이 43%, 국민의힘에 투표하겠단 응답이 35%였다. 직전 조사에선 민주당이 38%, 국민의힘이 37%로 접전을 벌였지만 격차가 8%p까지 벌어진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선 국민의미래 28%, 더불어민주연합 23%, 조국혁신당이 직전 조사보다 5%p 올라 20%로 집계됐다. 조국혁신당은 광주·전라 지역 37%, 50대에선 35%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29살 이하 연령대에선 4%로 조사됐다.
민주당 지역구 후보를 뽑겠단 응답자들이 비례대표 투표에선 더불어민주연합에 투표하겠단 이들이 48%,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단 이들이 40%로 집계됐다.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단 응답자들의 85%가 지역구 의원 투표에선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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