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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피해로 코인 구매했는데 사기계좌…지급 정지는 난망

, 이슈팀

입력 : 2024-04-04 11:38:58 수정 : 2024-04-04 14: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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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진화하는 피싱 범죄
피해자 코인 구매시켜 전달받거나
사기거래소에서 코인 선물 구매 유도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는 한계
법 개정해 계좌 지급정지 등 가능케 해야”

#1. 30대 A씨는 휴대전화로 신용카드 결제 문자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문자에는 A씨가 결제한 적 없는 신용카드 거래 내역이 찍혀있었다. 문의를 위해 문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B쇼핑’ 고객센터라면서 “명의가 도용된 것 같으니 확인을 위해 금융감독원 직원과 연락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A씨 스마트폰에 이른바 ‘전화 가로채기’ 피싱애플리케이션(앱)을 깔도록 유도한 뒤 A씨가 검찰에 확인 전화를 걸도록 만들었다. A씨가 검찰에 전화를 걸자 공범이 전화를 가로채 받고는 “피해자 입증을 위해 코인 구매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겁을 주며 속이는 수법으로 A씨에게 5570만원어치 코인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어 사기범들은 해당 코인을 자신들이 지정한 주머니로 송금하라고 지시했다.

 

A씨 사례처럼 보이스피싱범이 코인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이 어려워 계좌정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A씨는 변호사 도움을 받아 지난 1월 가상화폐거래소 출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인용 결정을 받았으나, 이미 사기범들이 재산을 모두 빼돌린 뒤였다.

 

#2. 지난해 20대 C씨는 ‘D투자’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C씨가 2년 전 코인리딩방 가입비 150만원을 지급했으니 이를 환불해주고 VIP정보방 입장을 도와주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를 믿은 C씨는 사기범이 알려준 코인선물리딩방에 입장한 뒤 ‘E비트’라는 코인거래소에 입금 신청을 했다. 이후 메시지로 전달받은 시중은행 계좌에 총 1억1200만원을 입금해 코인 선물을 구매했으나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 알고 보니 해당 코인거래소는 입금 이후 수익이 나더라도 출금이 되지 않는 사기거래소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기범이 코인을 구매하게 한 경우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는 계좌정지가 어려워 C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 사기에 이용된 은행계좌를 가압류 신청했다. 올해 1월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인용 결정을 받았으나, 이미 사기범들이 돈을 모두 빼낸 상태라 가압류된 금액은 ‘0원’이었다.

 

피싱 범죄가 코인 구매를 유도하거나 사설 코인거래소에 돈을 입금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통해서는 A씨와 C씨 같은 사례에 대한 빠른 대처가 어려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가 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계좌를 관리하는 금융사 또는 사기이용계좌를 관리하는 금융사에 대해 계좌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에 따르면 실제 금융사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가 전화로 즉시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할 경우 사기 피해금의 다른 계좌 이체 및 현금 인출을 제한한다. 법에 따라 피해자가 사기이용계좌를 지급정지시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A씨와 C씨 사례처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이 어려운 경우 사기이용계좌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통해 계좌 지급정지가 가능하다. 새변 관계자는 “이때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3주일이고, 일반인이 진행하기 어려워 별도로 변호사 비용이 지출되기도 한다”며 “사기이용계좌에 피해자의 돈이 송금되면 짧은 시간 내에 다른 계좌로 송금되거나 곧바로 현금 인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신속하게 지급정지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법조계에선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피해금 환급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에게만 한정되고,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된다’는 점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재화 제공이나 서비스 제공을 가장해 약속하는 경우가 더 익숙하기 때문에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호는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자금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새변 공동대표인 방민우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만약 코인 구매를 유도하거나 기타 다른 재화나 서비스 제공을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 피싱 범죄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현재 법으로서는 코인 등 재화 제공을 가장한 경우 계좌정지가 어렵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정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가 재화나 서비스 공급을 가장하는 경우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2000년대 초반에나 유행한 ‘가족이 납치됐거나 다쳤으니 돈을 입금해야 한다’는 식의 협박 형태 보이스피싱 범죄만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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