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체감기온이 최고 섭씨 48도에 이르는 극심한 폭염이 닥쳤다. 전국 수천 개 학교가 대면 수업을 중단했고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24일(현지시간) AFP·로이터·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마닐라 일대 등 5개 주 내 11개 지역에서 체감기온이 42도를 넘어서면서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기상 당국의 경고에 많은 학교가 학생 보호 차원에서 대면 수업을 중단했다. 수업은 원격으로 대체됐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필리핀 전국에서 공립학교 약 7000곳이 대면 수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기상 당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습도 영향 등으로 체감기온이 42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북부 아파리 지역은 전날 체감기온이 전국 최고인 48도까지 치솟았으며 이날도 45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마닐라도 전날 실제 기온은 37.1도, 체감온도는 45도에 달해 여러 학교가 원격 수업을 실시했으며 이날도 체감기온 44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마닐라 남쪽 한 리조트 직원 엘린 투마론(60)은 AFP통신에 “너무 더워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라며 “우리 수영장에 아직 사람이 없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람들이 와서 수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더위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닐라 인근 케손시티의 초등학교 교사 엘린다 알폰소는 “어떤 학생들은 집이 무더위가 더 심하기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게 낫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빈민가에 사는 많은 학생은 원격 수업에 필요한 인터넷 접속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폭염으로 교육 불평등도 더 심각해지는 문제가 잇따르는 셈이다.
필리핀 보건 당국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8일까지 전국에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례가 최소 34건 접수됐으며 그중 6명은 사망했다.
필리핀은 통상 3∼5월이 가장 무덥지만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폭염이 한층 심해진 것으로 기상 당국은 보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중부와 동부 적도 부근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이 많다고 관측된다. 폭염과 함께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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