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회복무요원 직장내 괴롭힘 첫신고 나왔다

입력 : 2024-04-30 19:15:05 수정 : 2024-04-30 21:51: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병역법 개정 시행령 5월 1일 시행

“건방진 ××” “딴데로 가버려”
사회복지시설 센터장이 폭언
가해땐 과태료 1000만원 이하

개정법, 처벌규정 등 마련 불구
복무지도관의 보호 조처 부실
“근무지 변경 등 후속조처 필요”

지난해부터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박지훈(가명)씨는 폭언 등 인격모독을 수시로 당했다. 기관 센터장은 업무상 실수를 한 박씨를 향해 “개념이 없어 건방진 XX끼들. 네가 싫으면 딴 데 가버려, XX야” 등 폭언을 쏟아냈다. “내가 허용 안 해주면 너희들은 옮길 수 없다”며 복무기관 재지정 권한을 내세우며 압박하기도 했다. 복무기관 담당자와 얘기를 나눌 땐 갑자기 들이닥쳐 “니들 그따위로 할 거면 그냥 나가. 확 XX 죽여버릴 수도 없고”라며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박씨는 “몇 개월간 여러 업무 지시를 매일 수행했지만 돌아온 건 센터장과 담당자의 폭언 및 갑질 행위뿐이었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연합뉴스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괴롭힘 ‘1호 신고’가 접수됐다. 사회복무요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복무기관 내 괴롭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번에 처벌 규정 등이 마련됐으나 괴롭힘을 판단하는 복무지도관의 전문성이 낮고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조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박씨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복무기관 괴롭힘 1호 신고서를 접수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병역법 개정안은 복무기관장이나 소속 직원의 괴롭힘을 금지하고, 괴롭힘 발생 후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규정한다. 복무기관장이 괴롭힌 행위자일 경우 1000만원 이하, 괴롭힘 발생 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복지시설 등에서 군복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들에 대한 괴롭힘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12일부터 26일까지 사회복무요원 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2%(36명)가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복무기관장이나 지도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사례는 20건(55.6%·중복응답)이다.

 

현역 군인과 달리 민간인 신분으로 군복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에서 괴롭힘 피해를 당해도 연차·병가 사용 제한과 겸직 취소 등 2차 가해를 우려해 신고를 망설인다고 한다. 사회복무를 ‘특혜’로 보는 시선 때문에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괴롭힘으로 적응장애와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김성환(가명)씨는 서면 인터뷰에서 “군대나 사회엔 훨씬 힘든 분도 많기 때문에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정신건강 관련 기관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잘못된 일임을 확신했다”고 털어놨다.

어렵사리 신고하더라도 괴롭힘 여부를 결정하는 복무기관의 장과 기관의 복무관리 담당자가 괴롭힘 사실을 축소할 여지도 있다. 병무청 복무지도관의 보호 조처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실제 박씨도 괴롭힘 이후 복무기관 재지정 상담을 했지만, 기관과 복무지도관으로부터 ‘갑질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시민단체와 사회복무요원 노조는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괴롭힘 발생 후 후속 조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소 노무사는 “개정법은 근무장소 변경을 적절한 (후속) 조치로 정한다”며 “규모가 작은 복무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복무갑질119 위원장을 맡은 민현기 노무사는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적극적 분리조치의 하나로 복무기관 재지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무청 복무지도관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이 노무사는 “복무지도관으로 인한 2차 가해도 적지 않다”며 “전문성 확보를 위한 양질의 교육과 함께 괴롭힘 전담 복무지도관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카리나 '아자!'
  • 카리나 '아자!'
  • 나연 '깜찍한 브이'
  • 시그니처 지원 '깜찍하게'
  • 케플러 강예서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