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및 먹거리 관련 법안
꼭 처리해 최악 국회 오명 피하길
21대 국회가 29일 4년 임기 종료로 문을 닫는다. 여야가 한두 차례 본회의를 더 열 계획인데, 27일이나 28일이 마지막일 공산이 크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처리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채상병 특검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국익이나 민생과 관련해 시급한 법안이 무더기 사장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정부 발의 344건, 의원 발의 1만6031건의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여기에는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용지 선정과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인공지능(AI) 개념을 규정하고 산업 육성과 안정성 확보 방향을 제시하는 ‘AI 기본법’, 반도체 기업 설비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늘려줘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들어있다. 이들 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해 빚어질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은 40여년 묵은 국가적 숙원사업이다. 지금은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인데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처리시설조차 짓지 못하면서 K원전 수출을 말하는 건 난센스다. 각국이 사활을 걸고 개발 경쟁을 벌이는 AI는 미래 산업판도를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큰 분야다. 기술 진보가 워낙 빨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데, 우리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개발 경쟁은 또 어떤가. 21대 국회에서 K칩스법이 통과되지 못해 올해 말 반도체 세액공제율이 반 토막으로 줄면 국내 기업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받는 외국 기업들과 경쟁이나 할 수 있을까.
여야가 남은 기간 핵심 법안 처리에 합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더불어민주당이 특검법 처리에 집착해 끝까지 입법 폭주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탓이다. 민주당이 지난 2일 여야 합의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통과시키고서 1시간 만에 채상병 특검법을 밀어붙인 것도 마지막 본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에 맞서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끝까지 정쟁으로 일관했다가는 입법 폭주에 직무유기까지 더해져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음을 정치권이 명심하길 바란다. 마지막에라도 국민에게 도리를 다하는 21대 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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