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민원행정서비스 플랫폼인 ‘정부24’에서 타인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민원서류가 대거 발급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초 정부24에서 성적·졸업증명서 등 교육 민원 관련 증명, 법인용 납세증명서 등 국세 민원 관련 서류를 발급받을 때 서류가 잘못 발급되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그제 밝혔다. 오류 발생 건수만도 1233건에 달했다. 행안부는 오발급된 서류를 즉각 폐기 조치했고, 현재 정상 발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류가 프로그램 개발상의 실수였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국가행정전산망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개통한 교육부의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잦은 오류에 이어, 11월 사상 초유의 정부24 사이트 먹통 사태를 겪었다. 올해 2월 개통한 지방세와 세외 수입 업무 처리를 하는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도 개통 후 한 달 넘게 오류가 발견됐다. 연이어 발생하는 행정망 사건·사고로 국민의 불편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행안부가 이번 사태를 함구로 일관하다 언론 보도 이후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너무나 안이한 태도다.
그동안 윤석열정부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장애와 불편 없는 디지털 행정서비스 강화도 외쳤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기관 주요 서비스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대규모 예산도 지원했다. 올해 예산은 5433억원에 달한다. 전년도보다 17.2%가 늘었다. 정부24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시스템은 허술하다. 외형적 성장 이면의 어두운 그늘이다. 빠르고 편한 서비스 제공에 치중해 전산망을 운영하다 보니 보안 강화에 소홀했던 탓이다. ‘디지털 강국’의 면모가 내실 없이 쌓아온 허상이었나 싶을 정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행안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기관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의 위법성 여부와 규모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문제가 크다는 뜻 아닌가.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제라도 민간 정보기술(IT) 기업에 기능을 일부 위탁하고 이들의 데이터 관리시스템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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