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신호 해독에 한계 느끼며
세상에 대한 불안감 점점 높아져
지금, 스마트폰 끄고 주변을 보자
젊은 세대의 마음 건강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의 숫자는 2022년 이미 100만명을 돌파했고, 그중 전체의 35.9%가 20~30대다. 2017년과 대비해 5년간 우울증 환자 수의 증가 추세를 보면 20대와 30대는 각각 127.1%, 67.3% 증가했고, 10대 미만과 10대 청소년에서도 각각 70.2%, 90.2% 증가했다. 반면 50대와 70대의 증가율은 각각 0.5%, 2.8%다. 불안장애 환자도 젊은 세대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아동·청소년 불안장애 환자는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에만 39.6% 증가했다.
왜 하필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 지표들이 이렇게 안 좋아지고 있을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사회신경과학 연구자들이 2024년 4월 발표한 한 연구에서는 그 실마리를 ‘사회적 관계에서 경험하는 불확실성’에서 찾는다. 인간이 태어나서 제대로 작동하는 한 성인으로 크기 위해서 학습해야 하는 대부분의 지식과 정보는 다른 인간들로부터 배우게 된다. 인간의 뇌에 가장 중요한 종류의 신호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 상태를 짐작하게 해주는 사회적 신호라고도 할 수 있는데, 생존을 위해서는 세상의 물리적인 신호 외에 이러한 사회적 신호 역시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논문의 저자들은 젊은 세대가 온라인에서 주로 인간 관계를 경험하고 학습했기에 사회적 신호를 읽어내는 데서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온라인에서 학습하게 되는 인간 관계는 어떻게 다를까.
연구의 저자들은 실제 세상과는 달리 온라인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관계들은 익명성이 더 높고, 쌍방향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비동시성의 상황이 더 잦으며, 실제 모습이 아닌 필터 등을 통해 더 예뻐진 사진 등을 보여줄 수 있는 편집성은 더 용이한데, 한 번 이야기한 내용이 스크린샷 등을 통해 영원히 박제될 수 있는 공공성의 위험은 더 큰 특징 등이 있다고 정리한다.
따라서 우리의 뇌가 온라인으로 사회적 신호를 해석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배웠다면, ‘사회적 관계’에 대해 불확실하고 불안정적으로 보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세상의 사회적 관계에서는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는 사회적 신호들(옷차림이나 말투, 표정 등의 비언어적 신호)이 훨씬 많이 존재하기에 상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정보의 확실성이 더 높은 반면, 디지털 세상에서의 관계에서는 진짜 모습이 아닌 모습을 믿을 수도 있어서 상대를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기에 학습하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서의 불확실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불확실성과 정신건강의 관계는 무엇일까.
사회적 신호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사람들과 관계가 불안정해지며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끼게 될 상황들이 늘어난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고,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그런데 오랫동안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면 뇌가 사회적 신호를 읽어내는 능력이 저하되고, 사회적 신호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또다시 관계가 불안정해지고 외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는 악순환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는 사회적 뇌를 지닌 존재이기에 우리가 안정감을 느끼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의 사회적 관계와 연결이 필수적이다. 현재 청년 세대가 전 세계에서 경험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위기가 뇌가 사회적 신호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에서부터 기인했다고 보는 가설은 새롭지만 높은 설득력을 지닌다. 그리고 어쩌면 문제는 간단한 곳에서부터 해결해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TV는 잠깐 꺼두고 실제 세상의 관계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들지, 괜찮아, 잘 하고 있어 서로 응원해 주며 한 번씩 꼭 껴안아주는 작은 행위가 사회적 관계에서의 불확실성을 낮춰줄지 모른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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