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적극적… ‘7인’ ‘김사부’ 등 제작
tvN, ‘플레이어’ ‘시그널’ 시즌2 예정
검증된 콘텐츠… 시청률 확보 보장돼
연출·연기 답습 땐 되레 오점 될 수도
방영 당시 인기를 많이 받았던 드라마가 당초 계획된 회차를 모두 내보낸 뒤 방송을 종영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드라마를 애청했던 시청자들로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다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영했던 방송사·제작사로서도 이미 어느 정도 흥행이 보증된 지식재산권(IP)을 이대로 포기하기는 아쉽다. 특히 최근 제작비의 증가와 이와 반대로 줄어드는 시청률 등을 계산하면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를 재가공해 내놓고 싶은 욕심은 저절로 든다.
이러한 시청자의 요청과 방송사·제작사의 필요에 따라 기존 드라마를 이어서 다시 방송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바로 ‘시즌제 드라마’다. 시즌제 드라마는 미국 등 해외 드라마에서는 흔한 형태이지만, 국내에 도입된 거는 오래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나 볼 수 있었을 뿐, 국내 방송에서는 아직 생소했다.
그런데 최근 방송 사정의 악화와 고정 시청자 확보를 위해 이런 ‘시즌제 드라마’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방송 중인 SBS ‘7인의 부활’.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등으로 인기를 얻었던 김순옥 작가의 작품으로, 얽히고설킨 7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지난해 9월에 첫 방송했던 SBS ‘7인의 탈출’의 후속작으로, 일종의 시즌2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니 엄기준, 황정음, 이준, 이유비, 신은경, 윤종훈, 조윤희, 조재윤, 윤태영 등이 전작에 이어 같은 배역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시즌제 드라마는 특히 SBS가 적극적이다. 앞서 언급한 ‘7인’ 시리즈를 비롯해 2016년 첫 방송해 지난해 6월까지 세 번의 시즌이 진행된 한석규 주연의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2022년 11월 ‘소방서 옆 경찰서’와 지난해 8월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까지 두 번의 시리즈를 내놓은 ‘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까지. 더불어 지난 1월부터 방송한 ‘재벌X형사’는 마지막 회에서 시즌2를 예고하며 종영하면서 시즌제 드라마화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2019년 방송해 시원한 이야기 전개와 맛깔나는 배우들의 연기로 22.0%(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열혈사제’도 오는 10월 시즌2로 돌아온다.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과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 구대영, 서울중앙지검 검사 박경선이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김남길과 김성균, 이하늬가 시즌2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tvN도 시즌제 드라마 대열에 합류한다. 다음 달 3일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을 방송하기로 한 것. 2018년 OCN을 통해 공개됐던 ‘플레이’의 후속작으로, 저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뭉쳐 결성된 범죄 은닉 재산 환수팀의 활약상을 그리는 수사물이다. 시즌2 방송은 6년 만으로, 시즌1에서 이야기를 이끌었던 송승헌과 이시언, 태원석이 그대로 출연한다. 여기에 오연서와 장규리, 하도권이 새롭게 합류했다.
또한 2016년 방송해 신드롬급의 인기를 끌었던, 방송 뒤 시즌2 제작이 꾸준히 제기됐던 ‘시그널’이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지난 3월13일 이탈리아 로마의 라 사피엔차 대학을 찾은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 시즌2’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 김 작가와 함께 드라마 ‘악귀’를 제작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이날 “김은희 작가와 함께 ‘시그널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김 작가의 말에 힘을 실었다.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무전으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치는 내용을 다룬 드라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에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많은 시청자의 ‘인생드라마’에 등극했다. 다만 시즌2에서 이들이 그대로 등장할지, 이야기 또한 그대로 이어질지 등에 대해 알려진 것이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이처럼 시즌제 드라마를 연달아 내놓는 것은 인기 IP를 활용해 안전하게 시청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야기 확장의 당위성을 가지고 있으며 원작(전작)의 장점이 됐던 배우들의 연기, 제작진의 연출 등이 그대로 이어지거나 더욱 발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즌제는 오점이 될 수 있다. 방송사 관계자는 “많은 인기를 얻었던 IP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방송사로서도 무척 아까운 일로, 특히 갈수록 열악해지는 방송 환경에서는 IP 활용이 적극 필요하다”며 “하지만 단순히 전작을 답습해 식상함을 줄 경우 후속작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작에도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