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5일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가 ‘김건희 여사 방탄용’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상남자의 도리’로 맞받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겨냥해 ‘그러다 민심에 찍힌다’는 취지로 경고장을 날렸다.
검찰의 수사 라인이 대폭 물갈이 된 이번 인사를 ‘수사 틀어막기’로 규정한 민주당은 대대적 공세에 나설 채비 중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검찰의 칼끝이 김건희 여사를 향하자 관련 수사를 지휘해 온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산하 차장검사 2명이 전격 교체됐다”며 “인사 주체여야 할 이원석 검찰총장도 당혹스러움을 표했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상황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기 여자 보호 하나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라는 어불성설을 SNS에 게재했다”며, 이를 국민의 분노를 읽어내지 못한 자기 정치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13일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반응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 옹호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홍 시장은 글에서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제 자리 유지하겠다고 자기 여자를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라며 “‘역지사지’ 해보라”고도 강조했다.
비난을 듣더라도 사내답게 처신해야 한다면서, 홍 시장은 “누구는 대통령 전용기까지 내줘 가며 나 홀로 인도 타지마할 관광까지 시켜주면서 수십억 국고를 낭비해도 처벌 안 받고 멀쩡하게 잘 산다”는 말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겨누기도 했다.
이에 강 원내대변인은 “홍 시장의 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적절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법 앞의 평등을 외면하고 아내를 방탄하는 ‘조선의 사랑꾼’이 되는 건 권력의 사유화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계속해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던 검찰 간부 인사는 명백한 수사 개입이자 수사 방해라고 정의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법의 잣대 앞에 범죄 의혹이 있는 아내를 세워 엄정한 판단을 받을 때, 대통령은 더 당당하고 떳떳해질 수 있다”며 “아내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대통령은 상남자는커녕 ‘하남자’이자 ‘하수인’”이라고 몰아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강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상남자’로 표현한 홍 시장을 향해 “‘윤심’ 아니 ‘김심’에 눈도장이라도 찍으려다가 민심에 찍힌다”며 “미래의 대권 후보는 ‘윤심’과 ‘김심’이 아닌 민심이 키워낸다는 걸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윤심(尹心)’과 ‘김심(金心)’은 각각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의중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검사 39명(신규 보임 12명, 전보 27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부임 일자는 오는 16일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1~4차장검사가 전원 물갈이됐고, 이원석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됐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는 이창수(사법연수원 30기) 전주지검장이 보임됐고, 송 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발령 났다. 고검장 승진 모양새지만 김 여사 수사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데 따른 좌천성 인사 해석도 일부에서 나온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부임한 송 지검장이 2년간 대형 수사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교체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전담팀을 꾸리고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교체됐다는 점에서 검찰 안팎 논란이 적잖은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사 인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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