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실린 추미애 당선자가 우원식 의원에게 패하자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추 당선자를 노골적으로 밀었던 개딸들은 경선 후 우 의원을 거칠게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표 색출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은 당대표에 대한 반란”, “우원식이 퍽도 잘하겠다” 등의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우 의원을 ‘왕수박’이라고 부르며 그의 사퇴까지 압박했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의미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를 비하할 때 주로 쓰는 멸칭이다. 다시 당내 ‘팬덤 정치’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일부 당 지도부도 개딸들 움직임에 편승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주인이 되는 정당의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며 “역사는 항상 앞으로만 전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 의원 선출이 역사의 퇴보란 말인가. 우 의원 지적대로 당선자와 당원을 갈라치기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지난해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때도 민주당에서 찬성표가 30표 이상 나오자 개딸들은 비명계 의원들에게 문자 테러를 가하고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했다. 이들은 평소에도 자기 생각과 다른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나 ‘18원’ 후원금을 보냈다. 이들로 인해 민주당 내에서는 “질식할 것 같다”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이번 우 의원 승리는 민주당을 짓눌러 온 팬덤 정치의 폐해에 대한 우려가 표출된 것이다.
이 대표는 어제 대전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 개딸들 반발과 관련해 “최근 당에 대해 섭섭해하는 당원들이나 아파하는 당원들이 꽤 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딸들을 다독이고 이해를 당부하는 데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입장 표명으로 개딸들 횡포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민주당의 극성 팬덤은 당의 정체성뿐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질서까지 흔든다.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면 타협의 정치는 어렵게 되고 합리적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한다. 민주당을 포위한 극성 팬덤은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발을 붙이면 안 된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작업은 극성 팬덤과의 결별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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