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7개 야당이 그제 ‘방송 3법’ 입법 재추진 등을 위해 ‘언론탄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여당 반대 속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방송 3법을 하루 전 다시 발의한 상태다. 이들은 공영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혁 입법이라는 명분을 든다. 내용을 보면 ‘방송 영구장악 음모’라는 여당 비판이 마냥 억지만은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방송 3법은 9∼11명인 KBS·MBC·EBS 이사회 정원을 각각 21명으로 늘리되 여야 교섭단체 추천 몫을 줄이고 나머지를 방송 관련 학계와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 방송 직능단체 등이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사회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추천 경로가 다양해지니 언뜻 어느 누구도 방송을 장악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사 추천 기관들은 진보 진영에 치우친 활동을 하는 곳이 상당수다. 이럴 바에 2016년 여야가 합의했다가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 파기해 버린 안이 합리적이다.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야가 7대 6으로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니, 여야 누구도 일방적으로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게 자명하다. 언론 보도가 공정하고 정확해야겠지만 특정 진영에 불리한 오보나 실수까지도 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크다. 지금도 걸핏하면 자기네 진영에 불리한 기사에 대해 허위·조작 딱지를 붙여 떼로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입법을 추진했다가 비판 여론에 강행 처리를 철회한 걸 상기하길 바란다.
야권은 기존 공영방송 이사진 임기를 법 시행 후 곧바로 종료하도록 하는 부칙까지 담은 방송 3법 입법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진 임기가 8월 끝나는 걸 고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정부의 언론 탄압 책임을 물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운운하니 아연실색하게 된다. 입맛에 맞는 이사진을 구성할 때까지 손발을 묶어 두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뭔가. 일련의 일이 언론 자유를 위한 것인지, 자유롭게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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