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건희 선대회장이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보라”며 ‘신(新) 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됐다. 일부 노조 조합원들은 연가 투쟁을 시작하며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들어갔다.
다만 이번 파업에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날 첫 연가 투쟁에 돌입했다. 앞서 전삼노는 조합원들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파업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전삼노는 2만8400여명이 조합원을 둔 사내 최대 노조로, 전체 직원의 23%가 가입했다.
전삼노는 조합원 대부분은 24시간 공장이 가동되는 반도체(DS) 사업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이번 연가 투쟁에 참여하는 인원수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날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여서 휴가로 자리를 비운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생산 일정을 고려, 연차 투쟁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노조는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쟁의 행위를 예고한 상태다. 전삼노 측은 “아직 소극적인 파업(연차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 나가 총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첫 파업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이어왔지만, 이재용 회장이 2020년 5월 “삼성의 노사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조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전삼노의 파업은 임금 교섭에서 촉발됐다. 노사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치 임금 교섭을 병행 중이지만 입장 차가 커 교섭이 결렬됐다. 특히 노조는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며 사측 교섭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전삼노가 이 선대회장이 강조한 신경영 31주년이 되는 날에 첫 파업을 진행한 것은 의도 여부를 떠나 공교롭다는 평이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이날 “국제회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반도체 사업의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주력사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등 대외 경쟁력에 우려가 커지면서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무대에 올랐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주간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그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 기업을 비롯해 정계 인사들과 만나는 등 30여 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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