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단독으로 ‘반쪽’ 개원한 22대 국회가 법제사법, 운영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까지 반쪽으로 선출하는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 여야의 원(院) 구성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사·운영위원장 등 자당 몫으로 설정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본회의 ‘보이콧’ 방침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할 경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4년 내내 반목하며 최악의 국회로 기록된 21대 국회의 재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의사과에 11개 상임위원장 후보 명단을 제출했다. 법사위원장에는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최민희 의원을 지명하는 등 초강경파 의원을 전진 배치했다. 운영위원장 후보로도 박찬대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국민의힘이 “선전포고”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법사위와 운영위, 과방위원장 장악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특검법을 지체 없이 추진하려면 법사·운영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나머지 상임위 7곳의 위원장 선출도 마냥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이 모두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때도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장악했다가 ’입법 폭주’ 여론이 비등하자 후반기에 상임위원장 배분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의 힘자랑은 4·10 총선 민의에 반한다. 국민은 총선에서 여야 간 협치와 대화 정치의 복원을 갈망했다.
민주당이 먼저 비판받아야 하지만, 무기력한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도 곱지 않다. 사상 최초로 여당이 국회 개원에 불참한 것을 놓고 보수층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임에도 변변한 협상 카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우 의장은 ‘국회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국회법 준수는 당연하지만, 법을 명분 삼아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원 구성 협상이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에 타결된 경우는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없다. 우 의장이 여야에 추가 협상을 주문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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