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원지 등
현실판 부루마불로 세계여행 떠나
김태호 “유튜브 방식 배우려 노력”
김훈범 “시즌2 양쪽 문법 입각 촬영”
“별도 편집팀 운영 각각 장점 살려”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즌1은 저희와 작업 방식이 다른 크리에이터(여행 유튜버)에게 배워본다는 점에서 판을 벌였다면, 시즌2는 시즌1 때 봤던 가능성을 방송 친화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시작했어요. 특히 크리에이터들이 시즌1에서 겪고 느낀 부분을 저희한테 말해줬는데, 혼자 여행하는 게 즐겁기만 하지 않고 괴롭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었죠.”(김태호 PD)
지난 5일 서울 ENA 본사에서 만난 김태호(왼쪽) PD와 김훈범(오른쪽) PD가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2’를 제작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가 김태호 PD가 설계한 현실판 부루마불 게임에 참여해 주사위에 운명을 맡긴 채 세계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월에 방송된 시즌1은 ENA 상반기 예능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고, 넷플릭스와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상위권을 기록했으며 유튜브에도 누적 조회수 6000만 뷰를 넘겼다.
다만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여행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웠고 유튜브와 TV에서 서로 다르게 편집해 방송한다는 점 등에서 호불호가 다소 있었다. 이에 대해 김태호 PD는 “시즌1 때는 두 제작 방식을 배워보자는 생각에 3분(빠니보틀·원지·곽튜브) 콘텐츠 결을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김훈범 PD는 “시즌2에서는 서로의 니즈(필요)와 성향을 잘 알아서 양쪽의 문법에 입각해 물 흐르듯 잘 찍혔다”며 “유튜브와 방송을 모두 챙겨 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두 콘텐츠에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부분은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모두 방송에 익숙해졌다’는 점. 두 사람은 “시즌1이 끝난 뒤 1년 사이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서로(방송과 유튜브)의 부분을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심지어 너무 높아진 이해도 때문에 촬영을 하지 않아 제작진이 잔소리를 해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제작진을 너무 믿어서 촬영을 하지 않는 때도 있었다”며 크리에이터들의 나태(?), 직무유기(?)를 고발했지만, 두 PD는 전작보다 더 많은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편집 과정에서 방송과 유튜브 팀을 별도로 운영해 각각의 문법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다.
여기에 ‘여행 동반자’라는 변주를 더해 재미를 증가시켰다. 시즌2에서는 그룹 god의 박준형과 코미디언 김용명, 배우 김도훈·공명·원진아·강기영이 크리에이터들과 함께했다. “여행의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크리에이터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크리에이터들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다고 김태호 PD는 설명했다.
하지만 시도는 성공이었다. 크리에이터들과 동반자들의 호흡은 재미는 물론이고 감동까지 줬다. 특히 박준형의 눈물 부분. “크리에이터분들이 ‘내가 본 풍경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감동적일 수 있고, 같이 간 사람의 반응이 여행할 때 활력소가 된다는 점에서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어요. 곽튜브와 같이 간 박준형이 포르투갈 나자레 해변에서 눈물을 흘리는 부분은 동반자가 없었다면 생길 수 없는 서사여서 (동반자 추가) 순기능을 한 것 같아요.”(김태호 PD)
나라 선택 및 배치에도 남모를 고민이 많았다. 김태호 PD는 “나라 선정은 주사위로 결정되지만 주사위 보드에 어떤 나라가 들어갈지 많은 고민을 한다”며 “크리에이터가 그 나라에서 무엇을 할지 사전 조사를 하고 나라를 배치한다”고 말했다. 김훈범 PD는 “나라 간 이동 거리, 크리에이터들의 체력 등을 고려해 초·중·후반 나라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2’는 지난 8일 일본에 간 빠니보틀과 김도훈, 미국에 간 원지와 원진아, 중국에 간 곽튜브와 강기영의 5라운드 여행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즌2는 시즌1·2 통합 최고 시청률 경신, 매주 OTT 상위권 유지, 해외 115개국에 판매 등 성과를 냈다. 우승자는 13일 목요일 TEO 유튜브 채널 및 SNS를 통해 공개된다.
김태호 PD는 “시즌3가 어떤 형식이 돼 찾아올지는 여름과 가을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시즌3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시청자가 사랑해 주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이기는 하다”며 많은 사랑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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