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보호… 최소한 법적 조치”
명령 불이행 땐 최장 1년 면허정지
2000년 파업 땐 의협회장 면허취소
의협 “선배로서 본보기” 결집 호소
“참여율 저조” vs “강경대책에 반발”
교수단체 “휴진”… 의료공백 ‘비상’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해 강경대응하기로 하면서 의대 증원으로 빚어진 의·정 간 ‘강대강’ 대치 상황이 의대 증원 확정에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18일 휴진하는 병원은 각 지자체에 미리 신고하도록 명령했고, 휴진율이 30%를 넘어서면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년 이내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 집단휴진 선포 하루 만에 정부가 ‘초강수’를 둔 것은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확산할 수 있는 의료계의 집단 행동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개원의 명령 불이행 시 단호 대처
정부가 예고한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 명령의 근거는 의료법 59조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올해 2월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내렸던 업무개시 명령 등도 해당 법에 근거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장 1년간 의사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고, 반복될 경우 면허취소 처분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복지부가 명령을 불이행한 개원의를 고발 조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료법 88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지난해 개정 의료법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복지부는 휴진율이 30% 이상이 되면 이 같은 명령을 발령할 방침이다. 개원가 휴진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하루 휴진이라서 참여하는 의원들이 30%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의료계 집단행동 당시 첫 집단휴진일(8월14일)에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곳 중 32.6%에 달하는 1만1025곳이 휴진했다. 그러나 휴진율은 점차 감소해 두 번째 집단휴진을 했던 같은 달 26일엔 10.8%, 27일에는 8.9%, 마지막 날인 28일엔 6.5%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휴진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의협에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제51조에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위반 시에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되고,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의협이 2014년 원격의료 도입 추진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했을 당시 법원은 “휴업이 의사들의 경쟁을 제한했거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았다”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개원가 휴진 30% 넘나
의협은 연일 집단 휴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먼저 집단행동을 시작한 전공의와 의대생의 ‘선배’로서 본을 보여야 한다며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박용언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라고 적었다. “우스워 보이는 건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전공의, 의대생 후배들에게까지 10%짜리로 취급받으며 살아가시겠습니까?”라고도 썼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9일 브리핑에서 “2020 의료계 총파업 당시 개원의 휴진 참여율이 10% 미만에 그쳤다”고 밝힌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도 개원가의 집단 휴진을 독려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의사는 “스스로 지키지 않는 한 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며 집단 휴진 동참을 호소했다. 일부 의원에서는 18일로 예약된 진료를 다른 날로 옮기도록 안내하거나, 이미 18일 휴진 안내문을 써붙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휴진 사전 신고를 하지 말고, 내부 수리 등 병원 사정이나 의사의 개인 병가로 휴진을 하자는 제안도 있다.
실제 휴진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은 “지금 상황에 분개하는 의사가 많아서 과거보다는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면서도 의협 투표에서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개원의가 5만2000여명에 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투표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고 실행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교수 단체들도 휴진을 준비하고 있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과별로 휴진할 수 없는 진료가 무엇인지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의대도 이날 회의를 열고 ‘무기한 휴진’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각 의대 교수 단체들은 의협의 ‘18일 집단휴진’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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