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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뇌는 불안을 흡수하며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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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2 23:03:15 수정 : 2024-06-12 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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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예측과 현실 어긋날 때
놀람·분노·기쁨 감정 생겨
불확실성에 유연함 갖추면
불안에 대한 적응력 키워져

뇌가 진화한 이유가 무엇일까?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다. 뇌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온몸이 하루에 사용하는 에너지 중 20∼25%를 소비한다. 우리가 살아남는 데 아주 큰 이점이 없었다면 뇌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아주 비용이 많이 드는 기관인 것이다. 아메바나 박테리아처럼 DNA에 담겨 있는 유전자의 프로그램만으로 살아남는 것이 에너지 측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유전자의 프로그램대로만 살아가게 되면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타고난 유전자의 프로그램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최초의 뇌는 수억년 전 캄브리아기의 화석으로 남겨져 있는데,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을 연결하는 신경절이 중추신경계로 발달해 지금의 뇌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뇌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감각기관으로 세상의 정보를 인지하고, 이 중에서 중요한 정보를 기억해 운동기관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인지한 후 자신의 행동을 그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뇌를 통해서 살아 있는 동안에 세상의 변화를 인지해서 학습하고 기억해 스스로의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뇌는 DNA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학습과 기억을 통해 보완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뇌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뇌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 보라고 하면, ‘예측기계(Prediction Machine)’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즉, 뇌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하나의 모델로 만들어 저장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들을 예측하는 것이다. 감정을 설명하는 가장 최신의 뇌과학 이론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뇌가 예측한 모델과 현실에서의 경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도 이야기한다. 놀람, 분노, 혐오, 기쁨 같은 모든 감정은 뇌의 예측이 어긋났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뇌가 세상의 경험과 뇌 안의 모델을 맞춰 나가고 업데이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요즘 자주 경험하는 감정 중 하나가 ‘불안’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과연 AI와 로봇의 시대에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매일 하루하루 우리는 불안을 경험한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뇌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나게 된 대표적인 감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불안’이다. 미래를 예측할 줄 모르는 갓난아기의 뇌는 ‘불안’을 경험하지 못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불안’은 대부분 우리의 기억과 상상에 의거한 ‘예기 불안’이기 때문이다. ‘예기 불안’은 경험이 쌓여 기억이 생겨나거나,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야 경험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과거를 통해 기억하고 학습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겨났기에 우리의 뇌는 불안도 함께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뇌가 더 큰 불안함을 느끼는가?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성이 높은 뇌는 불안함을 덜 느끼는 반면, 내 경험에 의거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 깨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뇌는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높은 곳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뇌가 더 큰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세상 그리고 우리의 뇌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은 같지 않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사실 우리의 뇌가 만들어 놓은 모델일 뿐이다. 다만, 그 모델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유리하기 때문에 뇌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 모델이 실제 세상의 경험에 부딪쳐 깨질 때 우리는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왜 진화했는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모델을 계속해서 깨부수고 업데이트할 수 있기 위해서. 즉, 타고난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진화했다.

 

장동선 궁금한뇌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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