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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같이 밥 먹자”…구하라 떠나기 직전 SOS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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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24 15:56:11 수정 : 2024-06-24 15: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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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전 비밀 계정에 “무섭다” 심경 남겨…몇시간 뒤 ‘버닝썬’ 관련 인물이자 가까운 지인이었던 황모 씨에게 ‘만나자’ 연락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고(故) 구하라의 금고 도난 사건 범인이 4년 만에 몽타주로 구현된 가운데,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여전히 의문을 낳고 있다. 구하라가 생을 마감하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섭다’는 심경을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지난달 영국 BBC가 공개한 ‘버닝썬 게이트’ 관련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 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가 구하라 금고 도난 사건에 대해 다뤘다.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故 구하라가 버닝썬 사건의 공익 제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구하라 사후 벌어진 금고 도난 사건이 버닝썬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 2019년, 서울 강남 소재 클럽에서 벌어진 폭행과 마약, 성범죄 등에 다수의 K팝 스타가 연루됐던 클럽 버닝썬 사건. 당시 구하라는 버닝썬 일당의 ‘뒷배’였던 경찰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줬으며, 버닝썬 관련 인물로 데뷔 때부터 친분이 있던 최종훈에게 진실을 말하도록 설득했다고 한다. 결정적 제보로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준 구하라는 몇 달 뒤인 2019년 11월24일 갑작스레 세상을 등졌다.

 

구하라는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인 23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잠자리에 든 자신의 모습을 올리며 “잘 자“라고 적었다. 공식 계정에 평화로운 인사를 남긴 것과 달리 몇 시간 뒤인 24일 그는 비밀 계정에 “무섭다”고 적어 흔들리는 심경을 드러냈다. 절친한 친구였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떠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 ‘무섭다’는 말이 그저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막막함 혹은 외로움이었는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제3자에 대한 공포였는지는 알 수 없다.

 

고 구하라가 사망 직전 ‘무섭다’는 심경을 전했으며, 사망 당일 ‘버닝썬 게이트’ 관련 인물인 황모 씨에게 연락했음이 전해졌다. 이에 버닝썬 사건과 고인의 금고 도난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일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그로부터 얼마 후, 세상을 등지기 직전 구하라는 버닝썬 관련 인물이자 자신의 가까운 지인이었던 황모 씨에게 연락했다. 황 씨는 “그날 사실은 (하라에게서) 저한테 전화가 왔었다. 저녁에. ‘밥 먹자’ 했었는데 제가 맥주를 한잔 하고 있었고 함께 있는 친구들이 일반인(비연예인)이다 보니까 하라가 오면 좀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까 봐 ‘하라야. 그러면 내 생일 때 보자’하고 끊었다. 다음 날 아침에 제가 비보를 들었던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느낀다는 황 씨. 그는 “(버닝썬 게이트로)구속된 애들도 하라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 굉장히 자책감을 가졌고 애도를 많이 표했다. 저도 아무리 친구지만 누군가 내 친구 하라 집에 가서 (금고를) 훔쳤다 그러면 제가 제보를 했을 거다”고 했다.

 

황 씨는 49재 직후 고인의 오빠와 지인들이 구하라의 자택에서 함께 찍은 사진 속에도 있었다. 황씨는 승리 사업의 손과 발이 돼 준 인물로, 해외 투자자가 찾아온 날 그들을 접대할 방법과 장소를 앞장서서 고민한 인물이기도 하다.

 

고인은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그리고 그는 황 씨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의문점은 여기서 끊이지 않았다.

 

구하라의 49재 다음날인 2020년 1월 14일 고인의 개인 금고가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비밀번호를 눌러본 뒤 문이 열리지 않자 담을 타고 들어가 금고가 있는 방으로 직행했다. 그는 다른 귀중품들은 건드리지 않고 휴대전화 등이 보관돼 있던 금고만을 들고 사라졌다. 범인의 정체에 대해 전문가는 ‘구하라의 이전 휴대폰 안에 자기와 관련된 뭔가가 있고, 혹여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결정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고 구하라의 지인이자 ‘버닝썬 사건’의 핵심 조사 대상이었던 황모 씨는 고인이 떠나던 날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황씨 역시 “금고 안에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그 휴대전화가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가져갔을 거 아니냐. 그 휴대전화를 하라가 언제 바꿨나. 휴대전화를 쓰던 당시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을 한번 알아보는 게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구하라와 가깝게 지냈고 고인의 자택도 종종 방문했지만 집 비밀번호는 공유받은 적 없으며, 금고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그알’ 방송에선 구하라 금고 도난 사건 범인의 몽타주가 새롭게 공개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남성으로 범행 당시 왼쪽 귀에 귀걸이를 착용했고, 근시 교정용 안경을 착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얼굴형은 갸름하고 코는 오뚝한 편이며 턱이 길고 광대뼈가 조금 돌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신장은 170㎝ 후반 정도에 건장한 체격이다.

 

구하라의 오빠인 구호인씨는 금고도난 사건을 단순한 절도사건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구하라 지인의 범행을 의심하면서도 “동생 집은 지인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주변인들도 다 말라서 따로 누구라고 추측은 못했다”라고 했다. 버닝썬 관련 인물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섣부른 심증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구하라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도 “이 휴대전화가 버닝선과의 연관성 문제가 있다 없다를 제가 단정적으로 얘기 드리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금고 사건을 되짚어 볼 필요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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