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자동차 업계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과의 임단협이 여의치 않자 그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9.97%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교섭 중지 결정까지 내리면서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권리까지 얻었다. 임단협 상견례를 앞둔 관계사 기아를 비롯해 지난 17∼18일 파업찬반 투표를 가결한 한국GM노조 등 업계 전체의 ‘도미노식’ 파업 확산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문제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핵심 쟁점은 최장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선제적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 연장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생산직에 한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등 정부 차원의 사회적 공론화와 법제화가 필요하다. 임금 인상 요구는 입이 벌어질 정도다.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상여금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등을 사측에 제안했다.
이런 마당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하면서 경제계가 반발하고 있다. 내용을 뜯어보면 기존보다 더 고약하다.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기업, 대기업으로 확대해 하청업체, 협력사 직원들의 교섭과 파업의 길을 열어줬다. 불법 쟁의로 인한 손해의 책임을 노조원 개인에게는 묻지 못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노조와 노조원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용자의 무한적 확대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대한민국은 노조공화국, 파업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도 했다. 근로자·사용자 범위가 모호해지면 노사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로 인한 타격이 심각할 것이다. 노동계는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고, 야권도 파업을 부추기는 노란봉투법은 접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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