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전지 공장의 화재 참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리튬전지 관리가 안전 사각지대에 있었고, 화재 예방·조기 진압 장치 부재, 외국인 근로자 관리 소홀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배터리 기술 선진국이고, 리튬전지는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PC,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일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터라 이번 참사가 주는 충격이 더 크다.
문제는 현행 소방법상 리튬 등 금속화재가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 소화기를 개발할 기준조차 없다는 점이다. 불을 끄려면 모래 등이 담긴 특수 소화장비가 필요한데, 표준 소화기도 없고 이런 시설을 설치할 의무 규정도 없는 셈이다. 리튬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져 별도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화학물질 사고 위기대응 매뉴얼이 유해화학물질 위주로 돼 있어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 리튬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방청도 배터리 공장의 화재를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총체적 안전불감증을 확인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리튬전지의 활용이 갈수록 늘면서 생활 속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전소·아파트 주차장 곳곳에 리튬전지가 든 전기차, 전동킥보드 등이 널려 있다. 지난해 1월 울산 공동주택에서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던 중 불이 나 전 세대가 타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리튬전지에서 불이 나면 마른 모래 등으로 덮어야 하는데 이 같은 지식을 알고 실행할 수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 리튬전지에 대한 세심한 관리, 폭발·화재 대비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나.
이번 참사는 단일 사고로는 가장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생명을 잃은 사건이다. 건물 구조를 잘 알지 못하고, 화재 등 긴급 상황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라 사고 대처에 취약했을 것이다. 사망자들이 공장 구조를 숙지하지 못해 불이 난 곳 반대편에 계단이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다니 안타깝다. 저출생과 젊은이들의 ‘3D 업종’ 기피로 외국인 근로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이런 참사는 외국 인력 유입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서둘러 외국인 근로자의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안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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