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력 남북 간 불균형 해소 시급
美 전술핵 재배치 등 검토할 만해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체결한 준(準)군사동맹 성격의 조약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며 거듭 “힘에 의한 평화”를 다짐했다. 문제는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힘의 불균형에 있다. 향후 우리 외교·안보 전략의 초점은 무엇보다 북핵에 맞서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힘을 확보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6·25전쟁 74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을 겨냥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끊임없이 도발을 획책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북·러 간 밀착에 맞설 대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강력한 힘과 철통같은 안보 태세가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 점은 바람직하나 핵심은 그것이 과연 어떤 힘인가 하는 데 있다. 북·러 조약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러시아가 개입할 길을 열어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우리도 핵 대응력을 갖는 것뿐이다.
한·미 간에는 지난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출범한 핵협의그룹(NCG) 체계가 가동 중이다. 핵무기에 관한 미국 의사결정에 한국이 참여할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다수는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려 들겠느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방한 중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제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해 핵우산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핵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이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하겠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자체 핵무장은 미국의 반대로 당장은 곤란하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처한 심각한 안보 위기를 들어 미 행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을 고치는 것도 필요하다.
북·러 조약으로 완전히 변화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대처하려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더욱 넓혀야 한다. 한·미 동맹 강화는 기본이고 일본과의 공조 아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과 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것도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오는 7월9일 미국에서 개막할 나토 정상회의를 그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