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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이 ‘채상병 특검’ 추천?… 법관 중립성 위배 논란

입력 : 2024-06-25 18:45:00 수정 : 2024-06-25 18: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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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주장에 정치권 안팎 시끌
BBK 의혹 등 역대 4번 추천 전례
법학계 “국회가 해야” 한목소리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 같은 제삼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하면서다. “삼권분립,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재판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법학계 중론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1999년 특검 제도 도입 이래 14번의 특검 중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한 경우는 4번이다. 2005년 최종영 대법원장이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한 게 처음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국회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추천했다”면서도 “향후 유사한 사례의 선례로 작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재임 중 특검 후보를 2차례나 추천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 특검과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 때였다. 후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의 특검 후보를 추천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 특검 후보는 대법원 법원행정처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명씩 추천했고, 나머지 특검들은 변협이나 야당, 국회가 추천했다.

 

BBK 특검 당시 대법원장의 추천이 ‘위헌’이란 논란이 극에 달했다. 2007년 말 피고발인 등 당사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듬해 1월 헌재는 참고인 동행명령 부분만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야 할 대법원장 지위에 비춰 볼 때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게 될 특검 임명에 대법원장을 관여시키는 게 바람직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국회의 이러한 정치적·정책적 판단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입법 재량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헌법학자들은 대법원장 추천이 최선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건 여야 합의”라며 “여야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이면 차라리 대법원장이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야당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게) 낫다”면서도 “여야 합의, 즉 정부와 여당의 협조를 얻는 게 삼권분립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뉴스1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검이 기소하면 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는데, 대법원장이 추천한 검사가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의 한쪽 당사자가 돼 법관 중립성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2008년) 헌재 결정은 권력분립 원칙에 비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다”며 “국회가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변협과 협업하는 구조로 가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차 교수는 “형사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추(공소 제기) 기관과 재판 기관을 분리한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추천하게 되면 정치적 편향성 문제는 해소될지 몰라도, 재판이 공정하다는 신뢰를 얻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통신 3사의) 통신 자료 보관 기간이 1년이라, 필요한 자료는 확보했거나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뉴시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김재훈 변호사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 청문회는 수사 대상자인 이 전 장관 등을 증인 신분으로 출석시키거나 출석해 선서한 증인들에게 진술을 강요한 ‘직권남용’ 범죄행위”라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거부할 수 있는 증언엔 자신이 범행한 사실뿐 아니라, 범행한 것으로 오인돼 유죄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는 사실 등도 포함된다”면서 “(국회가) ‘죄가 없다면 선서하고 증언하라’는 식으로 증인들에게 선서와 증언을 강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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