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발생·지속 일수 동반 상승 통계로 확인
이미 에어컨을 키기 시작한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지난달 주변에서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벌써 이렇게 더워서 7, 8월에는 어떡하냐’였습니다. 6월이면 아직 여름 초입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지난달 날씨는 저녁까지 에어컨을 끌 수 없을 만큼 무더웠습니다.
기상청이 폭염으로 분류하는 기준 기온은 33도입니다.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을 폭염 발생일로 집계하는데요. 최근 40년 통계를 봤을 때 지역에 따라 평균 폭염일수가 초반 10년에 비해 최근 10년에 400% 이상까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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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번달 들어 서울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은 날은 총 4일이었습니다. 6월에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선 해는 몇 번 있었지만, 대부분 해에 폭염일수는 1∼2일 수준이었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6월 낮 기온이 4일 이상 33도 이상으로 오른 해는 지난 40년간 1997년(7일) 한 해뿐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6월 중 33도를 넘어서는 날이 이틀 있었고 2021, 2022년에는 하루도 없었습니다. 올해 6월이 유난히 덥게 느껴진 건 기분 탓이 아닙니다.
◆1980년대와 비교해 쭉쭉 오르는 폭염일수
서울 폭염일수를 연도별로 봤을 때 1980년대와 비교해 2010년대 들어서 평균 일수가 3배 넘게 늘었습니다. 1984년부터 2023년까지 40년을 10년 단위로 끊어 평균 폭염일수를 비교하면, 1984∼1993년 5.1일이던 평균 일수는 2014∼2023년에 15.6일로 많아졌습니다. 2015년(8일)과 2020년(4일)을 제외하고는 매해 폭염발생일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1984∼1993년 10년간은 폭염일수가 두 자릿수인 해는 3번뿐이었고, 아예 폭염이 없던 해가 4번이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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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라고 불릴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꼽히는 대구도 폭염일수가 상승세입니다. 1984∼1993년 사이 평균 17.9일이던 폭염일수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30.3일로 1.7배 정도 많아졌습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에는 폭염일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해도 있었으나 2010년대 들어서는 매해 폭염일수가 20일을 넘어섰습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게 10년 단위로 봤을 때 평균 폭염일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수원은 4.1→8.8→9.4→16.6일로, 광주는 8.4→13.5→16.9→20.3일로 평균 폭염일수가 꾸준히 늘었고 춘천도 7.9→12.6→9.1→17.4로 초반 10년에 비해 최근 10년을 비교하면 폭염이 2배 이상 심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원은 폭염발생일이 4배 이상 늘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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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지속일수도 점점 길어지는 중
물론 낮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른 날이 많을수록 그해가 더웠다고 기록되지만, 인체가 더위에 영향을 받는 정도는 폭염이 며칠이나 지속됐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신체가 열을 식히고 휴식을 취하기 어려워 더 지치게 됩니다. 한 해에 폭염일수가 열흘이라고 해도, 7∼8월에 띄엄띄엄 폭염이 발생할 때와 열흘간 계속해서 더울 때 신체가 더위로 인해 느끼는 피로도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은 1984∼1993년에 평균 폭염 지속일수가 2.9일로, 채 3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 이후로는 얼마나 늘었을까요? 평균 지속일수가 8.2일로 282.8% 늘었습니다. 2018년은 더웠던 여름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해인데요. 2018년 폭염 최장 지속일수가 22일로 압도적으로 길긴 했지만, 2016(11일)·2021(11일)·2023년(12일)에도 열흘 이상 폭염이 지속돼 전보다 혹독한 여름을 보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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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 이상 평균 폭염일수가 증가한 수원 역시 최장 지속일도 4배 이상 길어졌습니다. 1980년대에는 최장 지속일이 평균 이틀로, 길어야 8월 중·하순에 5일 연속으로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더위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2016년에는 8월3∼25일 23일간, 2018년에는 7월18일부터 8월16일까지 30일간, 2021년 7월21∼31일까지 11일간 매일 한낮에 기온이 33도를 넘어가는 날이 지속됐습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폭염이 발생하는 5∼9월 동안 폭염 지속일수가 길어질수록 폭염 발생도 더 유리해져서 둘은 상관성이 높다”며 “더위와 관련된 재해는 폭염이 듬성듬성 나타나는 것보다 며칠 지속되는지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우 통보관은 “지속일수가 길어지면 (폭염 기준인) 33도를 넘지 않아도 30도대 더위면 체감하기로는 비슷하다”며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여름철 폭염 패턴이 과거 단시간에 한 번 발생했다가 없어지는 추세였다면, 현재는 한번 더위를 불러일으키는 기압계가 형성되면 그게 장시간 이어지는 패턴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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