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서울 한복판에서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시민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고라 충격이 크다. 현직 버스 기사인 사고 차량 운전자는 “100% 급발진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급발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해 급발진 여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차량 운전자에 대해 채혈 등의 검사도 했으나 음주와 마약 투약 여부는 음성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을 신속·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유형의 고령 운전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전북 순창군 농협 주차장에서 74세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조합장 투표를 하던 유권자들을 들이받아 4명이 숨지고 16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 2월 서울 연신내역 인근 도로에서 79세 운전자가 9중 추돌 사고를 내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은 2020년 14.8%에서 2022년엔 17.6%로 느는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65세 이상 운전자는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정기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현행 고령자 적성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주행능력에 대한 실질적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주행능력 재심사에서 기준에 미달하면 거주지 인근에서만 운전할 수 있게 제한한다. 일본도 75세 이상 운전자는 실제 자기 차량을 운전하는 기능시험을 봐야한다. 미래에 벌어질 대형 사고를 우려한다면 우리도 정교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노인들은 생계유지와 자존심 등을 이유로 면허 반납을 꺼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은 2%대에 그치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제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운전 여부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이동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같은 고령자라도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고,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 노인도 적지 않다. 연령대를 특정하기보다 운전 능력을 기준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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