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는 2016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36·KB금융그룹)가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2020도쿄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특히 당시 세계랭킹 2위, 3위, 4위, 6위이던 고진영(29·솔레어), 박인비, 김세영(31·메디힐), 김효주(29·롯데)가 대표팀으로 출전해 최강이라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2016년 대회와 2020년 대회는 세계랭킹 15위안에 한국선수가 4명이 포진한 덕분에 4명씩 출전했지만 올해 파리올림픽은 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여자골프가 예전과는 달리 세계무대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랭캥이 계속 밀린 탓이다.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으로 확정된 고진영, 양희영(35), 김효주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의 휴양지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523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출전해 우승 사냥에 나선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올림픽에 나서는 톱랭커들이 총출동한다. 따라서 한국의 메달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봉은 한국선수중 세계랭킹이 3위로 가장 높은 고진영이 선다. 그는 시즌 초반 잔부상에 시달리며 성적이 들쭉날쭉했지만 최근 흐름이 아주 좋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하며 샷감을 회복했다. 이어 출전한 다우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8위에 올라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세계 6위까지 떨어졌던 랭킹도 다시 끌어 올렸다. 더구나 고진영은 2019년 에비앙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 고진영의 주무기인 예리한 아이언샷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 파리올림픽 메달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과 함께 시즌 첫승을 노려볼 만하다.
리우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양희영은 극적으로 올림픽 막차를 탔다. 성적과 랭킹이 곤두박질치면서 메인스폰서도 구하지 못하던 양희영은 이번 시즌도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세계랭킹도 25위로 떨어져 올림픽 출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명단이 확정되는 마지막 대회인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랭킹이 5위로 수직상승, 태극낭자 대열에 합류했다. 양희영은 올 시즌 개막 이후 15개 대회 동안 이어진 한국 선수 우승 갈증도 시원하게 씻어낸 만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김효주는 에비앙 챔피언십과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던 2014년 19살의 나이로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 역대 최연소 우승을 기록을 작성하며 ‘골프천재’로 이름을 날렸다. 에비앙 우승을 발판으로 LPGA 투어 무대에 데뷔한 김효주는 이 대회에서 2019년 준우승, 2022년 3위에 오를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이번에도 상위권 성적이 기대된다. 김효주는 이번 시즌 LPGA 투어 우승은 없지만 5월 국내에서 열린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시리즈 코리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직전 출전대회인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16위에 올라 샷감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다만, 올해 6승을 휩쓸며 투어를 지배하는 세계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 지난 6월 마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2위 릴리아 부(27·미국), 올해 US오픈을 제패한 사소 유카(23·일본·10위), 2021년 에비앙 대회 우승자 호주교포 이민지(28·11위)도 출전하는 만큼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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