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위주 정책 한계 “안 걸리면 대박, 걸려도 중박”
불법사금융업자와 이자 계약을 전면 무효로 하는 법안이 나왔다. 감시와 적발 위주의 정책으론 뿌리 뽑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아예 불법 사금융 범죄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 9일 불법사금융업자와의 이자 계약을 전면 무효로 하는 ‘불법 사금융 퇴출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불법사금융업자에게 지불한 이자까지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불법사금융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회에서 퇴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법안에 따르면 등록대부업자라도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고금리 이자를 수취할 경우 이자약정을 무효로 할 수 있다.
불법 사금융 범죄는 점차 악랄해지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등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대신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지인 추심’과 차주의 나체 사진을 요구하고 연체 발생 시 지인에게 송부하겠다고 협박하는 ‘성착취 추심’ 등이 그 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불법 사금융 단속으로 적발된 사건 수는 1404건으로 2022년(1179건)보다 19.1%가량 증가했다. 정부의 단속과 처벌에도 범죄가 줄어들기보단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렵게 만드는 식으로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2022년 이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의존 경향성은 더 뚜렷해졌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저신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는 최소 5만3000명, 최대 9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8300억~1조43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년 최대 7만1000명 최대 1조2300억원보다 높아진 수치다.
민 의원은 “수십년간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불법사금융업자들이 여전히 불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적발되더라도 법정 최고이자율인 20%까지의 이자는 보장되기 때문에 여전히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사금융이 ‘안 걸리면 대박, 걸려도 중박’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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