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연재 중인 일본 소년만화 ‘명탐정 코난’의 매력은 추리와 미스터리, 코미디를 잘 섞은 데 있다. 사건 해결 과정의 흥미로움에 더해 거대 범죄조직이 드리우는 위협, 탄탄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코미디가 균형감 있게 어우러졌다. 출판만화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그간 TV 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돼 왔다.
17일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사진)은 27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가장 큰 특징은 원작의 대표 라이벌들이 힘을 합친다는 점.
원작 만화에서 고등학생 구도 신이치는 검은 조직의 약물에 당해 초등학생 몸이 된 후 탐정사무소에 얹혀살며 사건을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서쪽의 고등학생 명탐정’ 핫토리 헤이지를 만나 의기투합하고, 신출귀몰한 마술로 물건을 훔치는 괴도 키드와 맞선다. 세 사람이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에서 한팀이 된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물건은 과거 장인이 만들었다는 일곱 자루의 검이다. 검을 모두 합하면 재벌가에서 대대로 감춰둔 보물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을 뒤집을 힘을 지녔다는 보물을 얻기 위해 재벌가 상속자, 무기 밀거래 조직이 달려든다. 아버지의 생전 행적을 좇던 괴도 키드도 가세한다. 검 두 자루를 지켜온 무예가, 경찰까지 달려들며 누가 아군인지 의심스러운 혼전이 이어진다.
검이 중심에 있는 만큼 액션 장면이 볼 만하다. 검을 차지하기 위해 현란한 칼싸움이 펼쳐지고 코난의 스케이트보드와 차량들이 추격전을 벌인다. 괴도 키드의 행글라이더는 홋카이도의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우아하게 날아다닌다. 일본 북부 하코다테 항구의 상징인 가네모리 붉은 벽돌 창고, 별 모양의 요새인 오릉곽, 하코다테 산 전망대 등이 작품에 생생하게 담겼다.
기존 인기 캐릭터들이 대거 나오다 보니 원작 팬에게는 종합선물 세트 같은 작품이다. 다만 이전에 ‘명탐정 코난’을 못 본 관객이라면 누가 누구인지 인지하기조차 쉽지 않을 듯하다.
사건을 풀 단서가 설명조의 대사로 나열되는 점도 아쉽다. 출판만화에서는 자연스러운 장면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안일한 연출이다. 제목과 달리 코난의 존재감이나 매력도 묻힌다. 현실을 배경으로 한 애니 장르의 특성상, 초등학생 코난보다는 고등학생인 핫토리와 괴도 키드의 매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올해 4월 개봉해 약 두 달 만에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달성했고, 150억엔의 수입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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