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강원도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 피고인 A(59)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결과 A씨는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이 피해자와 사귀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 30분에서 45분 사이 강원 영월군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씨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흉기로 목과 배 등을 14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 당시 용의선상에 오른 A씨는 영월군 한 계곡에서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범행 현장에 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장에 남아있던 샌들 족적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갔지만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할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고 결국 미제로 남았다.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사건이 발생 10년 만인 2014년 재수사에 착수했고 범행 현장에 남겨진 족적에 대한 감정을 거듭했다.
결국 사건 현장에 있던 족적과 유력한 용의자 A씨의 족적 특징이 99.9%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결과를 받았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같은 해 11월 A씨를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족적에 대한 추가 감정에 나서는 한편 혈흔과 DNA 분석 등 과학수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족적 관련 논문을 검토하고 비슷한 살인사건 판례를 분석해 법리를 검토했다. 목격자들을 대상으로 재차 진술을 받아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A씨가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이 B씨와 사귀게 되자 범행을 계획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과거 교제한 여성들의 신분증을 촬영해 몰래 보관해두거나 교제했던 여성이 남편과 대화하는 것을 녹음해 두는 등 여성에 대해 강한 집착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알리바이와 관련해선 가족들과 함께 물놀이를 한 것은 맞지만 술을 사오겠다고 계곡을 나온 뒤 차량을 운전해 범행을 저지르고 계곡으로 돌아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범행 3일전 새벽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차량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범행 장소에 다녀갔으며 B씨가 재직 중인 영농조합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확인하는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범행 당일 A씨와 계곡에 함께 있던 사촌동생 등에 대한 범행 가담 여부를 집중 수사했으나 공모관계를 확인할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에 대한 법률구조 등 피해자 지원 절차를 개시하는 한편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위로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피고인이 범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살인죄를 저지른 범인은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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