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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 예쁜 유럽 감성 넘치는 마카오 역사지구 낭만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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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0 08:21:29 수정 : 2024-07-20 08: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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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성 바울 성당 중심 20여개 역사적 건축물 옹기종기/바로크양식·동양적 모티브 결한된 성 바울 성당 파사드 장관/파스텔톤 예쁜 건물 만나는 연애골목은 연인들 성지/‘칼사다 포르투게사’ 디자인 세나두 광장 서면 유럽으로 ‘점프’/매키니즈 요리와 포르투갈 화이트 와인 ‘찰떡궁합’

마카오 연애골목.

핑크, 노랑, 민트의 파스텔톤 건물.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광장의 시원한 분수. 검은색과 흰색 대리석으로 꾸민 길바닥 칼사다 포르투게사. 중세시대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성당. 이쯤 되면 유럽의 어느 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유럽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3시간40분이면 닿는 마카오 역사지구의 풍경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닮은 세나두 광장에 서자 순식간에 낭만 가득한 유럽의 거리로 순간이동을 한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마카오 아크로폴리스’ 성 바울 성당

 

마카오 공항에서 차로 20분이면 닿는 역사지구에는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건축물 20여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성 바울 성당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낮은 언덕을 잠시 오르자 거대한 벽 앞을 가득 메운 여행자들이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이국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건물의 남쪽 출입구 벽체 파사드만 남은 성 바울 성당이다. 원래 이곳에는 1602∼1640년에 지어진 마터 데이(Mater Dei·성모) 교회와 극동에 지은 첫 유럽풍 대학, 성 바울 대학이 있었다. 바로 옆 몬테 요새까지 모두 예수회의 건축물이라 마카오의 ‘아크로폴리스’로 불렸다. 하지만 화재로 모두 소실되고 말았는데 폭 23m, 높이 25.5m에 달하는 파사드 벽체만 온전한 상태로 남아 화려했던 역사의 흔적을 후대에 전한다. 최초 1583년 목재로 지은 교회는 1595년 1차 화재 때 전소됐고 새로 지었지만 1601년 2차 화재로 또 불타버렸다. 이에 지금의 파사드만 석재를 쓰고 나머지 건물은 목재로 다시 지었는데 1835년 3차 화재 때 목재 건물이 다시 타버려 결국 파사드만 남았다.

성 바울 성당.
성 바울 성당 상단 조각.

성 바울 성당은 서양 바로크 양식과 동양 모티브가 혼합됐는데 이는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든 매우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특히 벽에 성경 내용이 조각된 ‘입체성경’이라는 점에 큰 가치를 지닌다. 다섯 단으로 이뤄진 파사드 가장 꼭대기 삼각형은 삼위일체, 가운데 비둘기는 성령을 뜻한다. 양옆에 해와 달을 넣어 동양 사상인 음양의 조화를 표현했다. 그 아래 아기 예수상 양옆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수난받던 고문 도구들인 채찍, 망치, 가시관, 창을 새겼다. 다음 칸은 성모 마리아 승천상. 양옆에 천사 3명씩 6명이 승천을 찬양하고 있다. 왼쪽에는 거친 바다(현세)에 표류하는 범선(교회)을 보호하는 성모상이 조각됐다. 쓰러진 악마의 발 옆엔 한자 ‘귀시유인위악(鬼是誘人爲惡)’이 적혀 있는데 ‘악귀는 사람을 악으로 인도한다’는 성경 문구. 악마 머리에 화살을 꽂아 악마에 대한 승리를 표현했다.

성모승천상 왼쪽 조각.
성모승천상 오른쪽 조각.

성모 승천상 오른쪽 나무는 레바논 사이프러스. 그리스·로마시대 무덤 옆에 심던 사이프러스는 길게는 1000년을 살아간다. 다음 생애에 태어나 오래 살라는 애도를 담았다. 그 옆 머리 7개 달린 히드라는 7가지 죄악을 뜻하며 성모가 히드라의 머리를 밟고 있다. 또 옆구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진 해골 발 옆에는 ‘염사자무위죄(念死者無爲罪)’가 적혔다. ‘죽음을 깨달은 자는 죄를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각 모서리의 돌사자는 잡귀를 쫓는 역할을 한다. 성모 승천상 둘레에 중국을 상징하는 모란과, 일본을 의미하는 벚꽃을 새겨 넣은 점이 눈에 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벌어진 천주교 박해사건 때 일본 신자들은 대거 마카오로 피신했고 성 바울 성당 재건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았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건물의 단순한 파편인 줄로 알았던 파사드가 얼마나 소중한 인류의 유산인지 뼛속 깊이 와닿는다.

유니클로 2층 포토존.
유니클로 2층 포토존에서 본 성 바울 성당과 계단.

◆사랑이 이뤄지는 연애 골목

 

성 바울 성당 뒤쪽에는 1888년에 지은 나차 사원이 자리해 서양과 동양 문물이 마카오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잘 보여준다. 고개를 파사드 반대로 돌리면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로 예쁜 계단이 길게 놓였다. 마치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광장을 보는 듯하니 유럽이라 거짓말해도 깜빡 속아 넘어가겠다. 성당을 처음 지은 1553년부터 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단다. 연인들은 계단과 성 바울 성당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기 바쁘다. 왼쪽 유니클로 마카오 건물이 숨은 뷰포인트. 2층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통창으로 성당과 계단이 모두 담기는 예쁜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연애골목.

성당에서 5분 거리의 ‘연애골목’은 말 그대로 연인들의 성지다. 유럽풍의 파스텔톤 노랑, 민트, 핑크 건물 사이에 놓인 좁은 골목은 대충 찍어도 화보가 될 정도로 낭만이 넘쳐난다. 연인들이 이런 곳을 그냥 둘 리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랑이 이뤄지는 명소로 입소문 나면서 인생샷을 찍으려는 연인들로 줄이 아주 길다. 웨딩촬영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골목 이름 ‘트라베사 다 파이샹(Travessa da Paixão)’에서 파이샹은 사랑, 격정이란 뜻의 포르투갈어. 원래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뜻하는 단어였단다. 골목의 시네마테크에서는 다양한 테마의 영화가 상영된다.

세나두 광장 칼사다 포르투게사.

향, 중고품, 골동품 상점들이 몰려 있어 벼룩시장이 열리는 에르바나리우스 거리를 지나면 포르투갈 거리를 그대로 빼닮은 풍경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세나두 광장이다. 시원하게 물을 뿜는 분수를 중심에 둔 넓은 광장은 파스텔톤 유럽풍 신고전주의 건물이 빙 둘러싸고 있다. 더구나 검은색과 흰색 대리석으로 꾸민 바닥의 물결무늬는 포르투갈 리스본 호시우 광장과 흡사해 마치 리스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카오 거리 칼사다 포르투게사.
성 도밍구스 성당.

이 디자인은 바로 포르투갈 거리를 대표하는 칼사다 포르투게사로 마카오 역사지구 곳곳에서 발견된다. 1557년 마카오를 손에 넣은 포르투갈은 1999년 중국에 반환할 때까지 450년 가까이 지배했고 칼사다 포르투게사 같은 포르투갈의 많은 문화가 마카오에 깃들었다. 세나두 광장은 호시우 광장처럼 많은 공식행사가 열리며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의 장소로도 사랑을 받는 곳이다. 광장 입구 오른쪽 하얀 건물은 자비의 성채로 1569년 마카오의 첫 주교가 설립한 첫 서양식 병원이다. 광장 안쪽의 노란색 건물은 성 도밍구스 성당. 3명의 스페인계 도미니카 사제들 1587년 건축한 바로크 양식 성당으로 박물관으로 쓰이는 종탑에는 공예품 300여점이 소장돼 있다.

아마사원 입구.
아마사원.
아마사원 ‘항해의 신’ 바위

◆매키니즈와 함께 즐기는 포르투갈 와인

 

역사지구 남단의 아마사원은 마카오 지명의 유래가 시작된 유서 깊은 곳이다. 1488년 지은 사원은 항해의 신 ‘아마’를 모시는 대표적인 중국 전통 건축물로 입구 커다란 바위에는 아마 신을 마카오까지 실어 왔다는 전설의 배 정크선이 그려져 있다. 많은 어선이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바다로 출항하던 곳이다. 바위에 ‘이섭대천(利涉大川)’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주역에 나오는 문구로 ‘큰 내를 건너야 이롭다’는 뜻. 모험을 감행하라는 도전정신을 담았다. 이곳에선 매년 음력 3월23일에는 아마를 모시는 축제가 열린다.

아마사원.
아마사원 소원패.
아마사원.

현지인들은 아마사원 인근 해역을 ‘아마가오(A-ma-gao·아마만)’라 불렀는데 16세기 아마사원 인근을 통해 마카오에 처음 도착한 포르투갈인들이 현지인 발음을 ‘마카오’로 인식하면서 지금의 지명으로 굳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유교, 도교, 불교를 비롯한 다양한 토착 신앙 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많은 여행자가 향을 피우며 저마다 간절하게 소원을 빌고 붉은 소원패에도 빼곡하게 소원을 담는다. 근처에 무어리시 배럭, 만다린 하우스, 페냐 성당이 있어 함께 여행하기 좋다.

타이파 빌리지 입구.
타이파 빌리지 광장.
타이파 빌리지 계단 포토존.

사이방 대교를 건너 마카오 남섬으로 들어서면 타이파 빌리지를 만난다. 골목에는 유명한 육포·과자 전문점, 음식점, 카페가 몰려 있으며 사람에 치일 정도로 인파가 몰려 활기가 넘쳐난다. 포르투갈인들은 과거 섬이던 타이파에 마을을 조성해 살았다. 덕분에 포르투갈 양식과 마카오 양식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예쁜 건물들이 즐비하다. 타이파 광장 인근 계단도 연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인기 높은 포토존.

리토랄 바지락술찜.
리토랄 해산물 볶음밥

마카오 여행에서 빼놓으면 후회하는 것이 매키니즈 음식이다. ‘마카오+차이니즈’의 합성어로 마카오에 정착한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에서 생산되는 제한적인 식재료로 포르투갈 요리와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유래됐다. 현지인 맛집 리토랄에선 매키니즈 요리와 포르투갈 화이트 와인을 아주 착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인기 메뉴는 국물이 넉넉한 바지락술찜. 칼칼한 국물 맛이 더운 열기에 축 늘어진 몸을 다시 활기로 가득 채운다.

리토랄 아프라키치킨.
리토랄 바칼라우 크로켓과 포르투갈 화이트 와인.

매콤한 아프리카치킨에 새우볶음밥을 쓱쓱 비벼서 먹으면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곁들인 와인은 포르투갈 최대 와인산지 알렌테주에서 생산되는 에스포랑 리제르바 브랑쿠. 아린투, 로페이루, 안탕바스 등 토착품종을 섞어 만든 볼륨감 넘치는 화이트 와인은 매콤한 매키니즈 요리와 궁극의 마리아주를 이루며 마카오 여행을 맛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마카오=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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