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원(54)이 드라마 ‘청춘의 덫’을 통해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사연을 공개했다.
이종원은 22일 방송된 tvN STORY ‘회장님네 사람들’에 출연해 1999을 강타한 드라마 ‘청춘의 덫’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놨다. 김수현 작가가 극본을 맡은 이 드라마에서 이종원은 결혼을 약속한 여자를 버리고 재벌가 딸과 결혼하는 ‘강동우’ 역을 맡았다.
버림 받은 여자 ‘서윤희’로 분했던 심은하에 대해 이종원은 ‘강력한 경쟁자’였다고 떠올렸다. 이종원은 “은하가 했던 ‘너 부숴버릴 거야’라는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도 사람들이 풍자한다. 그때 배우 심은하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문에 ‘오른쪽 뺨에 눈물’이라고 적혀 있으면 오른쪽 뺨에 눈물이 흐르더라”고 심은하의 연기를 칭찬했다.
심은하의 대본 표현 능력은 완벽했다. 이종원은 “심은하가 왜 심은하인지 알겠더라”며 “승부욕이 생기더라. 나보다 어리지만 ‘얘한테 지기 싫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 속에 심은하는 NG 낸 적이 한번 있을까 말까 했다. ‘내가 항상 준비해야겠다’고 느꼈다. 강력한 경쟁자였고 연기하면서 활력소가 됐다”고 했다.
비련의 여인으로 변신한 심은하에게 지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 끝에 그는 완벽히 ‘나쁜 남자’로 거듭 났다. 최고 시청률 무려 53.1%를 기록한 이 드라마에서 이종원은 싸늘한 눈빛, 지독히 이기적인 태도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1990년대 또 다른 히트작인 ‘젊은이의 양지’(최고 시청률 62.7%)에서도 악역을 맡았던 그는 그야말로 미움을 한 몸에 받는 처지가 됐다. 처음 보는 사람이 욕을 하는가 하면, 식당에서 재수 없다는 이유로 소금을 맞기도 했다고. 그런데 이종원이 ’악역 2연타‘를 친 데는 사연이 있었다.
이종원은 “‘젊은이의 양지’에서 캐스팅 제의 받은 역할은 배용준이 연기한 ‘석주’ 역이었다” 며 “광고 속 스포츠맨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 감독님께 역을 바꿔달라고 졸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배신의 아이콘’, ‘불륜의 아이콘’에 등극했다는 그는 “배용준 역할 했으면 착한 역할로 광고도 찍고 했을 텐데 아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청춘의 덫’도 마찬가지. 그는 전광렬이 연기한 ‘영국’ 역을 제안 받았지만 결국 악역을 맡게 됐다. 이종원은 “그땐 결혼 전이라 그 작품을 피하고 싶었는데 꼭 출연해줘야겠다며 다시 연락이 온 거다. 원래는 착한 역할이었는데 대타로 들어간 게 악역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종원이 ‘국민 악역’이 된 반면 전광렬은 ‘날 이용하라, 이용당해 주겠다’는 멋진 대사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1988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이종원은 1990년 한 스포츠 광고에 무용수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젊은이의 양지’ ‘맨발의 청춘’, ‘청춘의 덫’을 통해 야망 있는 젊은이를 그려낸 그는 이후에도 드라마 ‘꼭지’(2000), ‘근초고왕’(2011) ‘불어라 미풍아’(2016), ‘신사와 아가씨’(2021), ‘우당탕탕 패밀리’(2023) 등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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