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범행 인정하고 상당 기간 반성…재범 가능성 높지 않아”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카트에 타고 있던 여성 골퍼가 일행의 골프공에 맞아 실명한 사고와 관련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캐디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카트에 있다가 티샷 공에 맞은 골퍼가 실명한 일과 관련해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과실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50대 캐디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3일 오후 1시쯤 원주시 한 골프장에서 고객들과 라운드 중 티박스 좌측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한 뒤 남성 골퍼에게 티샷 신호를 했고, 이 공이 날아가 카트 안에 있던 30대 여성 B씨의 눈에 맞아 실명하게 한 과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B씨는 왼쪽 눈이 파열돼 안구를 적출하는 등 영구적인 상해를 입었다.
골프장 캐디로 20년 이상 근무한 소위 베테랑인 A씨는 1심에서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고 이 사건 결과 발생과의 상당한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업무상 과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상당한 불운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캐디로서 사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금고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형이 무겁다’는 A씨의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상당 기간 구금 생활을 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 발생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재범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최근 잇따라 골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안전수치 규칙 등 이용해 주의가 요구된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골프장은 지난 2003년 개장했고 9홀 코스가 6개 있는 총 54홀 규모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 골프장에서는 이용객 2명이 탑승한 카트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골프장 이용객이 골프공에 맞아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면 세 가지를 따지게 된다. 공을 친 사람의 과실, 공에 맞은 사람의 과실과 캐디의 과실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의 한 골프장에서도 이용객이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사고 발생했다.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5분쯤 모가면 소재 골프장에서 60대 여성 C씨가 날아오는 골프공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사고는 당시 함께 골프를 치던 D씨가 치던 세컨샷(티샷 이후)으로 친 공이 4m 앞에 있던 C씨 머리에 맞으면서 벌어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C씨가 연습스윙으로 착각해 사고가 난 것 같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최근 국립과학수사원으로부터 C씨 사인이 '외상성 뇌출혈'이라는 1차 부검 결과를 보고받고 D씨를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골프장 캐디는 사고 장소와 떨어진 곳에 세워진 카트에서 골프채를 정리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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