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밤새며 15시간의 사투… 고립된 등산객 구한 소방대원들

험준한 지형…70대 등산객 헌신으로 구출
기상 악화와 탈진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

고립된 등산객을 구한 뒤 하산해 휴식 취하는 홍천소방 대원들. 홍천소방서 제공

산행 중 길을 잃고 다치거나 실종된 등산객들을 구조한 소방대원들의 노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31일 강원 홍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5시 22분쯤 등산객 A(78)씨가 덕고산에서 하산하던 중 경사로에서 굴러떨어졌다.

A씨는 119에 전화해 사고를 알렸고 동반 산행을 한 지인 B(77)씨가 길을 잃어 실종됐다는 사실도 알렸다.

홍천소방서 산악구조대 곽영민 소방교와 이태경 소방사가 선두로 나섰고 하정훈 소방장 등 4명의 구급대원이 A씨 사고 지점으로 향했다.

A씨와 통화를 이어가던 소방대원들은 그의 의식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횡성 119 항공대 헬기를 요청했다.

호우로 인해 기상악화와 가파른 지형 탓에 구조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사고 발생 3시간 만인 이날 오후 8시 29분쯤 A씨를 헬기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실종된 B씨를 찾기 위해 수색을 이어갔고, 신고 약 5시간 만인 오후 10시 6분쯤 절벽 근처에서 B씨를 발견했는데 그는 탈진상태였다.

더욱이 험준한 산악 지형에 어둠까지 깔린 데다가 기상악화로 헬기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나아가 하정훈 대원은 굴러떨어진 바위에 팔을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했고 구급대원 일부도 탈진상태에 빠지는 난관에 봉착했다.

결국 홍천소방은 구조대원 2명과 특수대응단 7명을 후발대로 추가 파견했고 탈진한 대원들 5명은 먼저 하산했다.

그리고 남은 대원들은 B씨를 보호하기 위해 산에서 비박하기로 결정했다.

B씨를 최대한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킨 뒤 그의 몸을 담요로 감싸며 음식과 물을 제공했다.

다음날 날이 갰고 오전 6시 50분쯤 헬기가 B씨를 구조, 15시간만의 사투가 마무리됐다.

등산객 구조 작업 이후 뜯어진 구조화 밑창. 홍천소방서 제공

구조 과정에서 구조대원들의 구조화는 밑창이 뜯어졌고 일부 대원들의 얼굴은 벌에 쏘이기도 했다. 

다행히 A씨와 B씨 모두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고 하정훈 대원의 건강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녕 팀장은 “현장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구조 대상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