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0시축제’ 사전행사 홍보를 위해 옛 충남도청사에 띄운 대형풍선(애드벌룬)이 돌풍에 줄이 끊어지면서 대청호 인근까지 날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차도(車道)나 인도로 떨어졌을 경우 교통사고나 인명 피해 등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전문화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제2회 대전 0시축제 사전행사 홍보와 본행사 붐업을 위해 지난달 31일 옛 충남도청사에 5개의 대형풍선을 설치했으나 엿새만에 모두 철거했다.
옛 충남도청사에선 지난 2일부터 대전문화재단 주관으로 사전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인 체험형 설치물인 ‘루미나리움’과 ‘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화재단은 옛 충남도청사가 0시축제 사전행사와 본행사가 열리는 거점 공간인만큼 이곳에 대형풍선 조형물을 공중에 올려 축제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름 6m 크기의 둥근 모양에 헬륨가스를 채운 5개의 대형풍선들은 대전의 대표적인 마스코트인 ‘꿈돌이’의 고향인 ‘감필라고 행성’과 ‘꿈돌이 우주선’, 지구, 목성, 달의 조형물로 제작·형상화됐다.
그러나 설치 닷새만인 지난 4일, 대형풍선 5개 중 2개가 바람에 찢겨 날아갔다.
이날 오후 돌풍을 동반한 국지성 폭우에 목성과 지구모형풍선이 각각 줄이 끊어져 추락하거나 바람에 휩싸여 십수㎞를 떠다녔다.
지구모형은 구멍난 채 옛 도청사 옆 건물인 옛 충남경찰청사 옥상에 걸려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측은 당일 확인 후 이튿날 바로 회수했다.
줄이 끊어진 채 돌풍에 날아가 행방이 묘연했던 목성모형은 이튿날 옛 도청사에서 직선거리로 13㎞ 떨어진 대청호 인근인 충북 청주시 문의면 가호리의 한 야산 중턱에서 발견됐다. 재단 측은 별도 처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전엔 국지성 폭우가 내리며 일 최대 순간 풍속이 13.3㎧ 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초속 11~14m의 바람은 큰 나무가 흔들리고, 전선이 울리며 우산을 들고 있기 힘든 수준이다.
대형풍선들은 도청사 뒤편 건물 여러 지점에 모형당 2∼3줄씩 달아 설치한 후 대형 유지와 고정 등을 위해 모형 각 줄 중간부분은 아치형, 윗 부분은 일렬로 엮어 연결했지만 강한 비바람엔 속수무책이었다. 재단은 옛 도청사 상공에 남아있던 나머지 3개 대형풍선도 지난 5일 모두 끌어내렸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4일 오후 3∼4시쯤 대형풍선 2개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대전경찰청에 바로 신고했다”면서 “강한 바람에 대형풍선이 흔들리다 피뢰침 등에 구멍이 나 쓰러지면서 다른 풍선들 균형을 잃고 줄이 끊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옛 도청사에서 열리는 행사 홍보 이벤트는 이어갈 계획이나 안전상 공중에 띄우지 않는 방법으로 대형풍선 제작업체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관할 지자체인 대전 중구가 대형풍선에 대한 안전 위험성을 고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단의 느슨한 안전의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옥외광고물법에는 옥상 또는 지면에 설치하거나 공중에 띄우는 광고물(애드벌룬)은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찬희 중구 건축과 광고물팀장은 “지난달 31일 주민 민원이 들어와 바로 안전점검에 나갔다. 그러나 재단 측이 대형풍선들이 ‘광고물’이 아닌 ‘조형물’이라며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더니 ‘옥외광고물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아, 이에 안전 유의 당부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행사 홍보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 박소정(33·목동)씨는 “대형풍선을 보면서 축제 분위기가 난다고 생각했지만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로 떨어지든지 위험하겠다고 느꼈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안전 수칙인만큼 원칙과 기준이 중요한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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