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코리아가 기흥점 매장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 옴니채널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외부 풀필먼트 센터가 아닌 매장에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은 국내 홈퍼니싱 리테일 업계에서 이케아 코리아가 최초다. 전 세계적으로도 크로아티아, 일본에 이은 세 번째 자동화 매장이다. 이케아는 이번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이케아 기흥점. 각종 홈 액세서리 등이 층층이 적재된 거대한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소수의 직원만 기계를 다루고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이케아가 이달 약 169억원을 투자해 물류 창고 역할을 하는 1만1000㎡ 규모의 풀서브 및 셀프서브 구역 중 1000㎡에 달하는 공간을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었다.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은 온라인 주문 배송을 위해 기존 매장의 풀필먼트 역량을 강화하는 글로벌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케아는 고객 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가격은 유지해야 한다는 철칙 아래 전략을 수립했다. 현재 한국 4개 매장 중 자동화 시스템에 최적화된 공간을 물색했고 기흥점이 낙점됐다.
크게 ‘자동화 물류창고 시스템’과 ‘자동화 포장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 구역에서 주방용품, 패브릭, 봉제인형 등 약 4000개의 홈퍼니싱 액세서리가 택배 배송을 소화하게 된다. 주문 처리 과정을 보면 ▲주문 접수 ▲자동화 물류창고에서 제품 출고 ▲작업자가 제품을 포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동 ▲포장 자동화 시스템에서 제품 포장 ▲택배사 인계 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자동화 물류창고 시스템 공간으로 가보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무선 제어 로봇을 마주할 수 있었다. 별도의 직원 없이 ‘위잉’거리는 로봇 소리만 가득했다. 위층의 컨트롤 구역을 차지한 로봇들은 큐브 형태의 모듈형 창고 선반 위를 돌아다니며 상품이 보관된 빈을 아래층의 작업자가 있는 포트까지 운반하고, 이 빈에 상품을 채우면 주문 수요에 따라 최적화된 위치로 이동했다. 자체적으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모델이다. 이케아 기흥점에는 로봇 26대, 작업대 역할을 하는 포트 6대, 빈 1만3699개가 적용됐다.
그 다음으로 이동한 자동화 포장 시스템 구역에서는 3D 스캐너가 제품의 형태를 측정하고 있었다. 이후 필요한 크기만큼의 골판지를 재단해 상자를 만들고 봉인, 테이핑, 송장 부착의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홈 액세서리 제품이 한 상자에 포장됐다. 이 3D 스캐너 기계는 전 세계 이케아 중 한국에 처음으로 설치된 기계라고 한다.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크게 줄었다. 도입 전과 비교해 업무 효율이 8배 이상 향상됐다. 시간당 300개 이상의 박스를 포장할 수 있고, 하루 약 2000건의 택배 주문을 매장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팀에서 근무 중인 정영란 코워커는 “원래 제품 하나를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많이 헤매기도 하고 잘못된 제품을 가져오는 일도 많았다”며 “이제는 로봇이 바로 코앞까지 빠르게 물건을 분류해서 갖다 줘 시간이 굉장히 단축됐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이번 시스템을 통해 크게 3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 ▲지속가능한 배송 ▲업무 효율성 증가 등이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수엣 완 이케아 코리아 컨트리 커스터머 풀필먼트 매니저는 “업무 효율 향상은 배송 시간 단축 등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개선시킨다”며 “이는 결국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합리적인 가격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시스템은 에너지 등 사용을 최적화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자동화 물류창고의 로봇 10대는 진공청소기 1대와 동일한 전력을 소비할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 자동화 포장을 통해 과대 포장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신체적, 정신적 업무 부담을 줄여줘 안전한 업무 환경을 조성한다. 인원 감축도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자동화 관련 새로운 직무 도입으로 22명을 추가 채용하는 등 고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2030년까지 올해 대비 1.5배 더 많은 택배 주문을 매장에서 처리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재고 상황, 배송지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적합한 매장에서 제품을 배송하는 주문 관리 시스템도 도입할 방침이다.
수엣 완 매니저는 “기흥점 서비스는 오는 9월부터 고객들이 만나볼 수 있다. 이후 광명점에도 자동화 설루션을 준비 중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아니지만 내년 강동점 오픈도 앞두고 있다”며 “고객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끊임없이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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