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들의 강남 8학군 위장전입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자녀들의 적응’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야당의 ‘낙마’ 언급에는 선을 그었다.
유 후보자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결과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미국에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장남은 상당히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중학교 때 전학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차남의 경우에 대해서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 가 바로 중학교로 가는 바람에 (한국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못했다”며 “한국에 들어와 적응 문제가 있어 전학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남은 유 후보자의 동생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당시 거주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위장 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유 후보자는 “저는 상당히 반대하는 편이었는데 아내가 그쪽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고 했다”며 “사실 동생 내외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후보자의 답변은 국민 대다수가 이해 못 할 것”이라며 “특수 학교를 찾아 봐야지 강남 8학군에 진학한 것은 학벌 쌓기로 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하자, 유 후보자는 “자녀 문제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것을 알 것”이라며 “장남과 차남은 좋은 학교를 보낸다는 목적이 아니고 환경을 바꾸려고 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유 후보자 장남의 병역 면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청문회는 장남이 5급 전시근로역(현역 면제)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자세한 질병 관련 질의를 하기 위해 30분가량 비공개로 전환되기도 했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의원들에게 설명한 질병과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게 있다면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했고, 이에 유 후보자는 “사실과 다르면 자진 사퇴하겠다”면서도 “여기서 장남 얘기를 계속 하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폐지 등 예산 효율화 방안을 주문한 반면, 야당은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으로 연구자들이 과도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은 “R&D 사업에 예타를 하면 사업 착수까지 평균 2∼3년이 걸려 혁신 연구에 방해가 됐다”며 “예타를 우선 폐지하고 과기정통부가 보완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R&D 담당 부처 수장들이 지난해 6월 말부터 8월20일까지 (올해분) 국가 R&D 예산 108개를 삭감했는데, 필수적인 단계평가 절차도 생략했다”며 “불법적인 삭감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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