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法 심판받는 시흥 슈퍼마켓 살해범…범행 부인→축소→규명

흉기로 시흥서 슈퍼마켓 점주 강도살인 40대 구속기소

16년 전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점주를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 40대가 구속기소됐다. 범행 자백 이후에도 일부 책임을 회피하던 범인은 도검전문가·법의학자 등의 자문과 심리분석을 거쳐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됐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이세희)는 9일 강도살인 혐의로 A(48·범행 당시 32세)씨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A씨는 2008년 12월9일 새벽 4시쯤 B(당시 40세)씨가 운영하는 24시간 슈퍼마켓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낚시용 칼로 B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카운터 금전함에 있는 5만원 상당의 현금을 강탈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친구 집에서 지내던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에 문이 열린 가게에서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B씨가 반항하자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원 특정이 불가해 경찰의 내사 중지 및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의 수사는 올해 2월쯤 관련 제보를 받은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경기도 시흥 슈퍼마켓 살인사건' 수사 당시 배포된 수배 전단. 연합뉴스

검찰은 주임검사가 영장 청구 전 직접 면담을 통해 범행을 부인하던 A씨가 심적으로 갈등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경찰관에게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범행 상황과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일부 정황과 책임을 축소해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도검전문가와 법의학자 자문, A씨에 대한 통합심리 분석 등을 거쳐 A씨가 날이 길고 매우 예리한 낚시용 칼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 등 살해 고의와 계획범행임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안산=오상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