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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팅게일’은 신규 간호사로 뽑히고도 병원 사정 때문에 발령을 못 받고 기다리는 이들을 가리키는 간호계 은어다. 기다림을 의미하는 영어 ‘웨이팅(waiting)’과 간호사 대명사 ‘나이팅게일’의 합성어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후 대형 병원들이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간호사 취업 절벽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난해 전국 대형 병원 120여곳에 합격해 올해 발령 예정이던 간호사 1만2000여명 중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는 2000여명에 불과하다. 올 1월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하고도 아직 발령을 못 받은 이가 80%가 넘는 것이다. 예비 간호사들은 취업 걱정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올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3곳 중 내년을 위해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낸 곳은 서울 중앙대병원 한 곳뿐이다. 지역에선 강원대병원이 올해 신규 간호사 80명을 뽑는데 1679명이 지원해 무려 21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병원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도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 일부 대형 병원들이 경영 사정이 나빠지자 간호사들에게 무급휴직을 권고해서다. 세브란스병원은 40일간의 무급휴직 신청을 받다가 최근 이 기간을 80일로 확대했다.

사정이 이렇자 간호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발령 대기 기간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인 ‘엔클렉스(NCLEX)’를 준비하는 간호사가 늘고 있다. 의·정 갈등 이전엔 시험 신청부터 승인까지 약 2개월이 걸렸는데, 요즘은 이 대기 기간이 3∼4개월까지 늘었다고 한다.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엔클렉스에 응시한 한국인은 2022년 1816명에서 2023년 329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의료인 채용 설명회’에는 간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났을 때 환자 곁을 끝까지 지켜준 것이 간호사들이다. 수술장 보조·드레싱 등 전공의 업무를 떠안은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간호사 대우는 인색하다. 의사들 집단행동 탓에 간호사들이 큰 피해를 보는 현실이 너무 부조리하다. 간호사들 입에서 ‘티슈 노동자’라는 자조가 더는 안 나오게 해야 할 텐데….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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