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배를 만졌어요.”, “왜 탈의를 시키는 거죠?”
일본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을 두고 나오는 말들이다. 검진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의문과 불만이 잇달으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6월 군마현 미나카미정(町)의 초등학교 두 곳에서 실시된 검진을 받은 복수의 학생들이 “하반신을 엿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전에는 없었던 검진이라 당시 양호교사가 의사에게 내용을 물었지만 문제가 된 행위는 계속됐고, 검진이 끝나고 울음을 터뜨린 아이들이 있었다. 미나카미정 교육위원회가 학부모를 상대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검진을 담당한 70대 의사는 “2차 성징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 측이 계획하지 않은 검진 항목이었다. 사전에 학생, 학부모에게 설명도 없었다. 교육위원회는 “학생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행위가 있었다”며 사죄했고, 학교는 검진의를 바꿨다.
같은 달 기타규슈의 시립초등학교에서 진행된 검진에서는 “아랫배를 만졌다”는 등의 지적이 있었다. 교육위원회가 개최한 설명회에서 60대 의사는 “장기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역시 계획에 없던 항목이었다.
상반신 탈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요코하마시에서 검진을 할 때 상의를 벗기는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SNS에 잇달았다. 시교육위원회 조사 결과 적어도 16개 학교에서 사전 설명없이 학생들에게 상반신 탈의를 요구했던 것이 밝혀졌다. 교육위원회 담당자는 “정확한 검진을 위한 의료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불안을 느낀 아이들이 검진을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은 학교 건강검진 시 조사항목을 학교보건안전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신장과 체중’, ‘시력과 청력’ 등 10개 항목이 필수고, 다른 항목을 추가할 경우에는 “실시 목적 등과 의무는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보호자 등에게 알린 뒤 이해와 동의를 얻어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문제가 됐던 장기 소리, 이차성징은 필수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고지와 동의가 필요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위원회, 의사단체가 나섰다. 일본의사회는 “학교와 의사가 협력을 긴밀히 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항목을 사전에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 각 교육위원회는 “학생의 프라이버시, 심정을 배려한 검진 환경 정비”를 요구하는 통지문를 발송했다. 통지문은 검진 시 복장을 “원칙적으로 체육복이나 하의 착용”으로 규정하고 의사가 필요에 따라 손으로 만지는 진단을 하거나 청진기를 옷 속으로 넣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사전에 설명하도록 했다.
한 전문가는 아사히는 “아이들의 프라이버시 의식이 높아지면서 종래와 같은 검진이 계속되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정확한 검진을 위해 (복장 규정 등에서) 무엇이 좋은 지를 조사하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복장도 통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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