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개혁 완수 방침도 거듭 확인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입장은 후퇴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갖고 연금·의료·교육·노동의 기존 4대 개혁에 저출생 대응을 더한 ‘4+1’개혁의 추진 방향을 밝혔다. 가장 관심을 끈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이 3대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금을 빨리 받는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 인상을 더 가파르게 하겠다는 말이다. 특히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점을 법률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 해소를 위해 동원 가능한 가장 강력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연금 개혁과 관련해 큰 골격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내달 4일 연금 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에는 목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이 명확히 적시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과 관련해서도 “이제 의대 정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당정 갈등까지 빚은 최근의 의대 정원 유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 개혁 완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연금 개혁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은 고차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가 윤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에 대해 “노후 불안과 사회적 갈등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등 벌써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국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의 초당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국가적 과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정국 현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보인 입장은 상당히 유감스럽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레 드러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수사 결과에)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시면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던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의 입장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이는 대부분의 국민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나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돼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영수회담과 관련해 “국회가 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거부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4월 첫 영수회담을 마치고 “자주 보자”고 하지 않았던가. 정국이 꽉 막혀 있으니 영수회담이 필요한 것이다. 국정브리핑에서 ‘국정 기조는 옳다’는 식의 자찬을 나열한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지금은 치솟는 집값과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 서민의 삶이 갈수록 고단해지는 현실에 대해 성찰하고 정책 기조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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